[달빛공원 관측 후기] 9.19(금), 끝이 보인다.
[달빛공원 관측 후기] 9.19(금), 끝이 보인다.
- 관측일자 : 2014.09.19(금)
- 관측장소 : 달빛공원
- 관측대상 : 베일 성운 조각, 7479, 7448, 7006 등
- 관측장비 : 미드 라이트브릿지 16인치, 8.8mm 아이피스, 24mm 아이피스, O3필터 등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에는 의성에 있는 달빛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정말 오랜 만에 "성과가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관측을 해 기뻤습니다.
■ 관측기록
<베일 성운>
* 사진의 출처 :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Veil_Nebula_(Heic0712g).jpg
원 출처 http://www.spacetelescope.org/images/heic0712g/
저작자 정보 : Credit: NASA, ESA, the Hubble Heritage (STScI/AURA)-ESA/Hubble Collaboration, and the Digitized Sky Survey 2. Acknowledgment: J. Hester (Arizona State University) and Davide De Martin (ESA/Hubble)
원사진 크롭, 흑백화, 밝기 조정, 대상 표기 등
이번 여름 계속해서 베일 조각 관측을 시도 했지만 날씨로 인해, 습기로 인해 이제껏 관측한 대상은 E, I, J, D 네 영역 뿐,
이 번에는 셀레스트론 O3필터를 끼고 남은 영역 관측을 해보았습니다.
- F
긴작대기 모양으로 어두운 편이고 두께가 있었습니다. 북쪽의 불뚝한 부분도 느껴졌었습니다.
-6979&6974
전체적으로 얼룩덜룩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습니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영역 부근이 상대적으로 식별하기 수월했습니다. 6979의 북서쪽은 뿌옇게 뿌려진 덩어리같이 보였습니다.
- G
꽤 어려웠지만 흔적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 K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영역입니다. G를 보고 있다보니 남쪽에 길쭉하게 보이는 영역이 보입니다. G보다 훨씬 잘 보여서 이 영역이 G가 아닐까 의심을 했습니다. 다시 찬찬히 위치를 확인해보니 G는 분명히 아닙니다.
'어, 이거 뭐지? 내가 뭔가 발견한건가? 아싸!'
표기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고 아주 들떴습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Steve Gottlieb가 자신의 홈페이지 자료에 두 영역을 추가해 Deepskyforum에 올린 자료에는 이 영역이 K로 표기가 되어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준비하지 못한, 예기치 못한 체 망원경을 휘둘다 우연히 대상을 발견한 기쁨은 컸습니다.
- B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영역이었습니다. 별 하나가 바로 붙어 있고 75배로 보기에는 보이는 영역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별같은 핵이 있고 주변부가 살짝 보이는 은하를 보는 느낌, 깜박이 성운의 성운부를 축소해놓은 듯한 느낌, 처음 M77을 저배율로 발견했을 때 '이게 은하야? 별이야?'라는 생각을 했었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 C
이 영역도 작습니다. 그래도 G와 B보다는 크기가 크고 더 밝아 식별하기는 더 좋았습니다.
- A
가운데 있는 별의 북서쪽에 있는 성운기는 A 영역 중에서 가장 잘 보였습니다. 이 영역과 별의 사이에는 성운기를 느끼기가 어려웠습니다. 별의 남쪽 영역은 북쪽 영역보다 길고 휘어져 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또 남쪽의 끝 부분은 부풀려 보였습니다.
- H
동베일 성운의 남쪽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물방울 모양과 비슷하게 길쭉합니다.
H까지 보고 나니 미처 준비하지 못한 K와 L을 제외하고는 준비한 조각들 관측은 다하게 되었습니다. K는 얼떨결에 관측하게 된 셈이니 L, 베일 테마로 같이 보고자 하는 베일2(Sharpless 2-91)가 남았습니다.
오늘 목표는 달성한 것 같으니 다른 대상을 적당히 찾아봅니다.
<7479>
* http://en.wikipedia.org/wiki/NGC_7479#mediaviewer/File:NGC7479HunterWilson.jpg, 저자 : Hewholooks, CC By-Sa 3.0
사진처럼은 절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은하 옆의 휘감기는 나선팔은 보이지 않았지만 막대의 끝이 굽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근처에 Palomar 13이 있어 시도는 해봅니다. 결과는... ^^;
<7448과 주변 은하>
- 7448
* skyview 추출
길쭉하고 크기도 있는 것이 꽤 잘보였습니다. 나선팔은 안 보입니다. 밝은 별 사이에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 7463, 7465
* skyview 추출
상단의 7463은 크고 길이가 있고 얼룩덜룩한 느낌이 나선 은하의 느낌이 듭니다. 왼쪽의 7465는 사진과 비슷하게 안 보입니다. 핵이 별 같은 작은 은하의 느낌으로만 보입니다. 칼라 사진으로 보니 이렇게 보였던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상단의 7463 밑의 작은 은하는 7464인데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7463과 7465, 그리고 오른쪽의 별이 이등변삼각형 모양을 이루는 것이 재밌습니다.
- 7461
* skyview 추출
별 같은 작은 은하입니다. 막대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7454
* skyview 추출
볼만했습니다. 핵이 잘 보이는 약간 길쭉한 타원은하로 보입니다.
-7468
* skyview 추출
정말 작은 은하였습니다.
<7006>
* 저자, Ole Nielsen - http://www.ngc7000.org/ccd/ngc7006-2003sep29.jpg, CC BY-SA
주변부가 분해될 듯 말 듯 합니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얼핏 분해되는 듯, 또 안되는 듯 하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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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달빛공원으로
구름이 정말 희안하기도 절묘하기도 합니다. 시간은 만들어 놓았고, 자주 나가는 산청은 가망성이 없고, 보현산은 애매하고, 너무 멀리는 갈 수 없고, 제가 아는 관측지 중에서는 의성 달빛공원 밖에 대안이 없었습니다. 왕복 400km이지만 가고 싶습니다.
나서신다는 무지개님께 연락해보니 우선 영천 자양삼거리에 가서 보현산으로 갈지 달빛공원으로 갈지를 판단하신다고 하십니다.
저도 그럴 생각을 하고 네비게이션의 말을 듣고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열려라! 제발!!
열리나?
열렸다!
한참으로 가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의성이 다 되어 갑니다.
네비게이션으로 보현산 천문대를 검색해보니 이미 돌아가야 하는 상황, 무지개님께 연락을 해보니 영천 하늘도 좋다고 하십니다. 아쉽지만, 돌아가기는 싫어서 달빛공원으로 쭉 달려갔습니다.
관측지로 진입하려고 하는데 관측지의 조그마한 입구에 오소리로 추정되는 동물의 사체가 있습니다. 치우기도, 밟고 지나기도 싫어 아래쪽 생활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바닥이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관측할 만 했습니다.
지난 번 보현산 관측 때 습기에게 두손 두발 다 들었던 경험을 한 뒤 준비한 붙이는 핫팩을 오늘은 넉넉히 붙이고 시작합니다. 사경에 붙이는 건 조금 찝찝하긴 했지만 든든했었습니다.
덕분인지는 몰라도 철수하기 전 습기로 고생하진 않았습니다.
장비를 셋팅하고 베일 성운을 보려고 할 때 차 한대가 들어옵니다. 대학생들과 회원님으로 추정되는 한 분입니다. 나중에 게시글을 보니 아마도 후니애비님이신 듯 합니다.
간단히 베일 성운과 안드로메다 은하, 이중 성단 등을 보여드리고 본격적으로 관측을 하려고 하는데, 익숙한 차가 한 대 들어옵니다. 궁수님이십니다.
손을 흔들어 아래 쪽에 있다는 것을 알립니다. 궁수님께서는 친구 한 분과 같이 장비를 후다닥 설치하십니다. 설치하자 마자 찾으시는 대상은 Sharpless 2-91, 베일2로도 불리기도 하는 녀석이었습니다.
지난 번 보현산 관측 때 이 녀석을 찾다가 습기에 갇혀버린 기억이 있어 저는 재빨리 제 장비로 도망쳐 보려던 베일을 서둘러 봅니다.
베일 조각들을 하나 둘씩 보다 보니 준비한 대상 모두를 하루밤이면 충분히 관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 한 손가락이 넘도록 출동을 하고도 제대로 본 날이 없었던터라 스스로가 안쓰럽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했습니다.
준비한 만큼은 봤고, 표기되지 않는 부분도 새롭게? 발견했고, 베일 조각 중 최근 새로 알게 된 대상은 준비하지 못했고, 베일2는 보고 싶지 않고, 해서 베일은 또 다음을 기약하기로 합니다.
베일 작업을 접고 나니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뭘 볼까하다가 궁수님께서 찾으시는 대상들과 그 주위에 있는 대상 몇 가지를 찾아봅니다. 눈도 침침하고 열심히 보고 싶은 마음이 안들다보니 어려울 것 같은 대상에는 힘을 쏟지도 기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후기를 쓸 만큼 기억이 또렷하게 나지 않은 대상들이 생깁니다. 지금에서는 조금 아깝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본 것은 그때 그때 그 느낌을 기록해야 하나 봅니다.
12시쯤 되었을까요? 궁수님께서 철수하시고 저도 다음 날 일이 있어 한 두 대상을 더 찾아보고 곧 철수해 내려갑니다.
* 궁수님 친구분 김밥, 커피 감사합니다.
■ 달빛공원의 신비
장비를 다 챙겨서 내려가는 데 확인하고 싶은게 생깁니다. 차량 온도계를 봅니다.
- 달빛공원 근처에서는 14도
- 아래로 내려오니 11도
달빛공원이 아래보다 고도도 높은데 온도가 높습니다. 정말 온천이라도 흐르는 걸까요?
■ 끝이 보인다.
6월 말, 7월 초, 베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 후로 베일 조각 관측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준비한 목표는 있는데,
편안하게 나가지 못하고, 무리해서 나가도 하늘은 허락하지를 않고, 드문드문 하늘이 열여도 다른 대상들에게는 눈이 가지 않고, 은하수는 보이는데 장비는 젖어 있고,
하루 관측거리를 3개월 동안 보고 있다 보니 정말 애가 탔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랬던 건지 돌아오는 길에 잠이 하나도 오지 않았습니다. 또 도착해서도 뭔가 설레이는 것이 잠을 설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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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수님 암시야 조명장치 배터리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관측에서, 금방 꺼져버렸습니다. 아무래도 암시야 장치에 뭔가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 지루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을 시작으로 3일 연속 관측을 하고 관측기를 쓰려니 피곤하기도 하고 기억이 안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관측기가 더 잘 안써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