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월성 관측후기] 8.15(토) / 새로운 시작
[거창 월성 관측후기] 8.15(토) / 새로운 시작
안녕하세요.
8월 중순에 용축, 전시회, 거창에 갔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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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관에 올라 별을 본다. 얼마만 인가. 16인치.
아직 이름도 못 지어 줬는데.
가엾은 16인치에게 별빛을 쏘여준다. 카시니가 겨우 보이는 산에 걸린 토성, 얼마 전에 무지개님 망원경으로 봤던 독수리, 오메가, 석호 등으로 요기를 한다. 독수리의 창조의 기둥은 어림없지만 오메가의 도도한 자태와 석호가 석호처럼 보이는 맛을 즐기고 그 녀석에게 간다.
베일, 나에게 정말 애틋한, 작년 이 맘때 절실히 봤던 베일을 본다. 노필터로 보는 베일은 부시시한 매력이 있다. 별아띠에 있는 내 필터들 대신 이두현님께 O3를 빌려 또 다른 베일의 매력을 느낀다. 동베일, 서베일. A,B,C,D... 뜯어볼 정신은 없지만 재회가 정말 반갑다. 다시 보고 자료를 정리할 참인데, 올해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가까이 있는 크레센트는 보현산에서 90mm로 뚫어져라 쳐다 볼때와는 달리 노필터로도 크레센트는 크레센트다.
밤이 깊어가고 이제는 온전히 별과 나만의 시간. 무엇을 볼까? 밝은 대상을 뜯어볼까? M15! Peace1. 길잡이별 모양이 대강 떠올라 찾아보려는데 투명도가 별로인지 배율을 올려보니 꽤 어둡기도 하고 시상도 아쉽다. 자료도 없고, 깜박이게 할만큼 아이릴리프가 적당한 아이피스도 없고, 아직 그만큼 안목도 없…
그러면 새로운 별 친구와 인사를 해야지. 무얼 찾아볼까? 아까 본관 옥상에서 찾고 계시던 유명한 대상이 떠오른다. 7331! 파인더 습기를 닦아가면서 7331을 힘겹게 찾아보니, 보인다. 7331은. 중심부와 방향성있게 퍼져있는 얼룩이 보인다. 근데, 7331 친구들은? 조금 둘러보는데 잘 모르겠다. 쓰르륵 나타나주면 참 좋겠는데... 7331을 보고 스테판 오중주를 보려고 했는데 확 김이 샌다. 위로해 줄 녀석이 필요하다. 음... 뭐 보지? 891! 또 파인더 습기를 닦으며 열심히 찾아본다.
'이게 뭐야?'
크기만 크고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랑 자태가 너무 다르다.
'이게 뭐야?'
사경이 물기로 부옇다. 열선도 핫팩도 없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하늘을 둘러보는데 누운 오리온이 보인다. 그래, 대성운은 느껴야지. 미묘하고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저 반갑다. 겨울 단장한 녀석을 떠올리니 설렌다.
동이 터오고 이제 내려갈 시간,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왠지 뿌듯하다. 멈췄던 발을 다시 내딛어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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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월성 관측후기] 8.15(토) / 새로운 시작
- 관측일자 : 2015.8.15(토)
- 관측장소 : 거창 월성청소년수련원(SQM 21.19 - 02시경 최고치)
- 관측장비 : 16인치 돕소니안(Meade Lightbridge 16")
가족과 함께 출발
8월 14일에는 수원에서 열리는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참석하고 8월 15일과 16일에는 한아천 3급 연수를 도와야 한다.
"갈래?" "가자."
아내 친구도 만나고 페르세우스 유성우도 함께 맞아볼 겸 8월 13일 목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겸사겸사 가족 여행을 떠난다. 16인치를 트렁크에 모두 넣는데 성공해서 16인치와 함께하는 첫 가족 여행이다. 덕분에 여행 짐들이 지붕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 구형 i30 트렁크에 미드 16인치 넣기
13일 오후 3시, 출발. 에버랜드 야간 입장 시간에 맞춰 용인에 도착해 네살배기 첫째를 실컷 놀리고 싶었지만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어쩔 수 없이 수원의 아내 친구 집으로 바로 간다. 도착하니 거의 9시, 출발한 지 거의 6시간 만이다. 차의 흐름보다는 아이들 생활 리듬에 맞춰 종종 휴게소를 들러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 친구 내외가 준비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과 인사한다.
처음 간 용축(용인축구센터)
"아빠, 갔다 올게."
멈춰있는 것 같은 구름. 잠깐 나들이나 갔다 와야지. 벗고개도 떠오르지만 잿빛 하늘은 용축으로 가라고 한다. 50km 남짓 가니 너른 주차장이 있다. 혹시나 해서 오르막길에 차를 세워 놓고 둘러본다.
'저기 빨간 불이 보이긴 한데 위에가 더 어두워 보이네. 저기부터 가보자.'
위쪽 주차장에 가보니 차들은 있는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다시 몸을 돌려 내려간다.
하늘에 연무가 껴있어 장비를 펼 정도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열려있다. 잘 하면 유성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둘러보니 관측하는 분 몇 분, 돗자리에 누워 유성 보시는 몇 팀이 있다.
10인치 돕소니안으로 관측하시는 분께서 M103을 관측하고 계셔서 눈동냥을 하고 맞은 편에 모여 계시는 분들께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용축에 왔어요."
"아웃백입니다." "영통하늘지기입니다." "저분은 태권브이님이십니다."
온라인에서 종종 뵌 분들을 만나니 낯선 느낌이 확 사라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와~!!!!"
"방향을 보니 페르세우스 유성 맞네요. "
꽤 큰 유성을 하나 보니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2시쯤 됐을까? 인사를 하고 수원의 아내 친구 집으로 가 졸린 눈을 붙여본다.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가다
8월 14일 금요일,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수원에서 열리는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홀로 참석한다.
내가 출품한 사진의 인화본을 보니 약간 흐물흐물하다. 부드럽게 처리한다는 생각이 과했는지, 작은 사진을 크게 뽑아서 그런 건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 사진이 번듯한 액자에 걸려 있으니 뿌듯하다.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다른 분들의 작품들은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박력이 있다. 또 온라인에서만 뵙던 분들을 실제로 보니 동지를 만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별사진, 별지기들을 보고 나니 전시회장을 떠나는 것도 아쉽고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른다.
잠깐, 집으로...
'강서중? 벗고개? 강원도?'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전화기를 보고 있는데 한아천 경남 지부장님께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집에 나두고 온 것이 떠오른다.
'아, 아, 아, 챙겨서 내일 오후까지 거창에 가려면 오늘 집에 가야겠네. 별 보러 가고 싶은데… 음… 어쩌지… 에이! 잘됐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고속도로도 무룐데 누려보자.'
그 길로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부천 아내 친구 집으로 간다.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운전하기 전에 눈을 조금 붙인다는 게 자정까지 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아내의 마음과 내 잠 욕심이 나를 푹 재워버렸다.
고속도로 무료 통행은 물 건너 갔지만 아이들이 잘 때 움직이는 것이 일정 맞추기에는 편하다. 찬물로 대충 얼굴을 적시고 김해로 가서 익숙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한다.
거창 월성청소년수련원
8월 15일 토요일, 일어나자 마자 카메라, 노트북 등을 간단히 챙기고 한아천 경남지부 3급 연수가 있는 거창 월성 청소년 수련원으로 출발한다.
도착하니 구름이 적당히 껴있다. 가족들을 챙기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니 5시, 하늘이 조금 열린다.
'이제 올라가 보자.'
경남지부 천문지도사 3급 연수 때 월성우주창의과학관 장비를 이용해 태양을 찍는 과정을 간단하게 보여주기로 했는데 확인해볼 것이 있다. 바로 초점. 새로운 시스템으로 촬영을 할 때 추가 장치 없이 초점이 안 나오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230mm Lunt 태양망원경으로 해를 담아보려니 정말 기대된다. 박태선 실장님의 도움을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연결하고 촬영을 해본다. 태양을 촬영할 때는 주변이 밝아서 노트북 화면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초점을 잘 맞추려면 무언가를 뒤집어 쓰거나 그늘을 만드는 것이 좋은데, 안 챙겼다. 해가 서쪽 산에 거의 넘어간 상황이라 그런지 시상도 불량하다. 적당히 초점을 맞춘다. Lunt 태양망원경은 에탈론 필터를 압력을 이용해 조정을 하는데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이고, 화면이 잘 안보이니 제대로 될리가 없다.
그래도 바로우나 다른 장비 없이 초점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딱 한 컷만 찍어본다. 내일 정오 쯤의 멋진 태양을 기대하면서 딱 한 컷만.
* 아쉽게도 다음 날의 해는 구름에 덮여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처리를 하기 전에 내심 기대를 했는데, 일렁임이 심한 불량한 원본에서 좋은 사진이 나올 리가 없다. 이렇게 좋은 장비로 이 정도 사진 밖에 못 찍어내다니... 장비한테 미안해진다. 다음엔 꼭 멋진 사진을 찍어보리라!!)
산 뒤로 태양을 보내고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하고 정말 오랜만에 16인치를 설치해본다. 설렌다. 오랜 기간 구겨진 암막은 쳐져 있지만 아무렴 어때.
* 구겨진 암막...(김태준님께서 아침에 찍어 주셨다.)
별관인 우주창의과학관 옥상에 돕을 세워 놓는다. 어색하게 광축을 맞추고, 5도 이상 틀어진 파인더도 이리 저리 정렬한다. 한동안 극축망원경으로만 보던 북극성은 반성을 보여주며 16인치의 귀환을 반갑게 맞이한다. 반성을 본 김에 더블더블도 본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분해는 된다.
이제 어둠이 더 짙게 내리길 기다릴 차례.
아내와 딸내미 손을 잡고 본관 옥상에 올라 야생오리성단 찍는 것도 구경하고, 20인치, 24인치의 거대한 풍채에 놀라기도 한다.
"아빠, 아빠! 망원경! 망원겨어엉~!"
우리집 딸내미들, 특히 첫째는 망원경에 관심이 많다. 집 베란다에 있는 코동 앞에 의자를 가져다 앉고 접안부에 눈을 갖다 대기도 하고 컨트롤러를 꾹꾹 눌러도 보고, C9.25 삼각대에 매달려 적도의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걸 놀이처럼 한다. 딸이 잠들기 전에 망원경을 만지고 있으면 쪼르르 와서 자기도 보여 달라고 하는데 망원경들이 보이니 오늘도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보다.
"그래, 망원경 보러 가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신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별관에 있는 내 돕을 보여주기로 한다. 별관으로 올라가니 주변이 조용하고 본관보다는 캠핑장 빛이 조금 더 가려지고 빨간 불도 안 비치니 더 어둡다.
"아빠, 무서워."
"여보, 별 정말 많다! 근데 무섭긴 하다. "
딸내미에게 빨간 핑거라이트를 손가락에 끼워주고 아내 머리에는 빨간 헤드라이트를 씌워준다. 조금 덜한 가보다. 선우는 핑거라이트를 요리조리 비춰가며 종종 거리고 아내는 "저건 뭐야? 또 저건?" 하며 하늘을, 밤하늘을 본다. 선우가 더 어릴 때 한우산에 함께 올랐던 것이 떠오른다. 엄청 무서워했던 선우, 자는 선우를 업고 별을 봤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빠, 아빠, 아빠, 망원경!"
딸이 이제 어둠에 조금 적응이 되는지 망원경을 찾는다.
"이거 아빠 망원경이야!"
딸은 처음 C9.25를 봤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우와~ 멋지다아!"
코동이나 PST 앞에서는 "이거언 망원경이야아. 선우도 볼 수우 있어어~!" 하던 아이가 조금 크다 싶으면 "멋지다"라고 하는 게 꼭 큰 놈이 더 좋은 걸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큰 게 다는 아니지만...
'이 녀석!!!!'
뭘 보여줄까 하다가 의자에 앉히면 편안하게 볼만한 북극성을 보여준다.
"뭐가 보여?"
"달이 보여요."
내가 별 보는 걸 달 본다고 표현하는 아내 때문인가, 달을 제일 많이 봐서 그런가, 더 어릴 때 '달님 안녕'이란 그림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 망원경을 들여다 볼 때는 뭐든 달이라고 할 때가 많다.
"어떻게 보여?"
"으응! 반짝반짝 빛이 나요."
정말 보고 있는 건지 보인다고 말하는지 망원경을 보여줄 때마다 모르겠다.
"그래! 이건 별이야~ 반짝반짝 별이야. 멋지지?"
"응, 멋져요!"
자려고 누워있는 선우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고, 둘째도 아내에게 업혀 자고 있고, 선우도 만족한 것 같아 이만 내려보낸다.
꽈당! 쿵! 으아아아앙~!
첫째가 굴렀다. 업어졌다. 널부러졌다.
별관 옥상을 오르는 길에 계단이 있는데 어둠에 쌓인 계단이 선우에게 보일리가 없다. 약 2미터 아래로 그대로 꼬꾸라 졌나 보다. 얼른 선우를 안아 올리는 데 아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펑펑 울기만 한다. 밝은 데로 가서 살펴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많이 다치면 안된다. 안된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숙소로 데려다 주는데, 그냥 쿵만한 것 같긴 한데, 영 마음이 안 좋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조잘거리며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보고 다시 돕에게 간다. 올라가는 길에 금세 전화를 걸어 본다. 괜찮겠지.
별관에 올라 별을 본다. 얼마만 인가. 16인치.
아직 이름도 못 지어 줬는데.
가엾은 16인치에게 별빛을 쏘여준다. 카시니가 겨우 보이는 산에 걸린 토성, 얼마 전에 무지개님 망원경으로 봤던 독수리, 오메가, 석호 등으로 요기를 한다. 독수리의 창조의 기둥은 어림없지만 오메가의 도도한 자태와 석호가 석호처럼 보이는 맛을 즐기고 그 녀석에게 간다.
베일, 나에게 정말 애틋한, 작년 이 맘때 절실히 봤던 베일을 본다. 노필터로 보는 베일은 부시시한 매력이 있다. 별아띠에 있는 내 필터들 대신 이두현님께 O3를 빌려 또 다른 베일의 매력을 느낀다. 동베일, 서베일. A,B,C,D... 뜯어볼 정신은 없지만 재회가 정말 반갑다. 다시 보고 자료를 정리할 참인데, 올해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가까이 있는 크레센트는 보현산에서 90mm로 뚫어져라 쳐다 볼때와는 달리 노필터로도 크레센트는 크레센트다.
반가움에 한참 젖여있는데 3급 연수를 들으시는 분들께서 올라오신다. 옥상에 불을 켜고 10인치 돕 등 연수장비를 설치하는데 해 질 무렵부터 심상치 않았던 습기가 터진다. 파인더에 습기가 어린 16인치는 금방이라도 관측불가를 외칠 듯하다. 사경은 아직 젖지 않아 여건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덮어둔다.
* 거창의 밤 풍경, 장비가 설치되는 동안 불이 켜졌다. (김태준님께서 찍어 주셨다.)
이제부터 또 다른 시간.
알비레오부터 M57, 안드로메다 은하, M11, M15, M71, M27, M39, M13, M27, M29, NGC457,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등을 함께 본다. 비교적 위치가 쉽고 잘 보이는 알비레오, M57, 안드로메다는 대부분 잘 찾으셨지만 조금이나마 호핑이 필요한 대상들은 힘들어 하셨다. 또 고도가 낮은 대상은 낯설어 하신다. 당연하다. 나도 항상 어딘가 어색한데…
"밝은 별을 기준으로 주위 별들이 이루는 모양을 잘 보고 성도를 돌려 방향만 맞추면 돼요."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지만 말은 더 쉽다. 단번에 “아~!”가 되면 참 좋겠지만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 별이 저 별인지 저 별이 이 별인지 감이 와야 하니까.
“저 별을 파인더에 시야에 넣으면 별들이 이렇게 저렇게 보이는데, 보이나요?”
“그럼, 이 별과 저 별을 이은 방향대로 이 만큼 가면 또 이런 별들과 저런 별들이 보이죠?”
“그 별 사이 몇 분의 몇 지점에 파인더를 위치시키면 보일 거에요.”
성도도 없이 나도 잘 적응이 안되는 전자 성도를 들이밀기만 하니 어려울 수 밖에.
사실 호핑이 어렵다기 보다는 내 설명이 막연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잘 맞추라는 말밖에 더 할말이 없다. 기껏하는 거라고는 가는 길을 다 외우고서는 "이 별을 가운데에 놓으면 몇시방향에 별들이 이렇게 저렇게 보이는데 이렇게 저렇게 가서 이 별과 저 별의 약 몇 분의 몇 위치에서 보여요. " 하는 정도.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건 거 같아요. ” “이건가요?” “와! 00찾았다.” “이제 뭐 찾아볼까요?”
이것 저것 스스로 찾는 분도 계시고 꿇어앉아 성도를 보며 갸웃갸웃하는 분도 계시고 끙끙대지만 결국 찾아내시는 분들도 계신다. 뭔가 간질거리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하고 느껴지지기도 한다. 멋지다. 그래. 이거지.
밤이 깊어가고 이제는 온전히 별과 나만의 시간. 무엇을 볼까? 밝은 대상을 뜯어볼까? M15! Peace1. 길잡이별 모양이 대강 떠올라 찾아보려는데 투명도가 별로인지 배율을 올려보니 꽤 어둡기도 하고 시상도 아쉽다. 자료도 없고, 깜박이게 할만큼 아이릴리프가 적당한 아이피스도 없고, 아직 그만큼 안목도 없…
그러면 새로운 별 친구와 인사를 해야지. 무얼 찾아볼까? 아까 본관 옥상에서 찾고 계시던 유명한 대상이 떠오른다. 7331! 파인더 습기를 닦아가면서 7331을 힘겹게 찾아보니, 보인다. 7331은. 중심부와 방향성있게 퍼져있는 얼룩이 보인다. 근데, 7331 친구들은? 조금 둘러보는데 잘 모르겠다. 쓰르륵 나타나주면 참 좋겠는데... 7331을 보고 스테판 오중주를 보려고 했는데 확 김이 샌다. 위로해 줄 녀석이 필요하다. 음... 뭐 보지? 891! 또 파인더 습기를 닦으며 열심히 찾아본다.
'이게 뭐야?'
크기만 크고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랑 자태가 너무 다르다.
'이게 뭐야?'
사경이 물기로 부옇다. 열선도 핫팩도 없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하늘을 둘러보는데 누운 오리온이 보인다. 그래, 대성운은 느껴야지. 미묘하고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저 반갑다. 겨울 단장한 녀석을 떠올리니 설렌다.
동이 터오고 이제 내려갈 시간,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왠지 뿌듯하다. 멈췄던 발을 다시 내딛어서 그렇겠지.
나갈 때마다 자신 있게 외치던 '안자고 버티면 되지.' 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게을러지고, 계속 '어디에 있더라?' '이거 어떻게 보이더라?' 만 되뇌일 정도로 온통 까먹고, '어퍼케이지를 어떤 방향으로 달았더라?' '성도라...' 하나 하나 낯설기만 하지만 분명히 즐겁다.
* 밤새 고생한 16인치, 밤새 습기를 닦은 휴지...(김태준님께서 아침에 찍어 주셨다.)
관측을 끝내고 집으로 가며 느끼던 무언가, 내 속에 채워진 그 무언가를 느끼며 방으로, 또 꿈나라로 갔다 온다.
아침부터 하얗던 하늘이 푸른 빛을 보여주지 않는다. 뒤가 허전하지만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의미 있는 관측이었다고 할 만큼 본 것은 없지만, 의미 있는 관측이었다는 느낌은 든다. 16인치에게 차를 돌려주고 다시 마주한 것도 그렇고, 아내가 함께 와준 것도 그렇고, 또 그렇고 그렇고 그렇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하나 하나 다시, 처음과는 다른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지. 가을 하늘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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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