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하늘지기 가입, 벌써 1년
별하늘지기 가입, 벌써 1년
안녕하세요.
무지개님, 마이크론님 등 1년과 관련한 글들을 우연찮게 보면서 가입 1주년이 되면 나도 뒤를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근무하면서 오랜만에 멘붕을 겪을만한 일 몇가지를 겪었는데 스트레스를 풀겸해서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을 글로 실천해봅니다.
약 20일 전 가입 1주년이 되었군요. 많이도 들어왔습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3~4번씩 들어왔네요. 어느 새 별하늘지기가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간단하게 1년 동안의 별세계 궤적을 기록해봤습니다.
2013. 2월 말, 천체 관측에 조그마한 관심도 없던 나에게 천체 관측에 대해 알아갈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기다.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에서 천체 망원경을 구입했다. 나랑은 전혀 상관없는 물건이라 생각하고 그냥 그렇구나하고 있었다.
어느 날, 부르신다. "젊고 남자니 니가 해봐." 매우 충격적이었다.
2013.3. 11. 첫 관측
별자리는 물론이고, 장비 운용에 대해서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주변에 알만 한 분을 수소문해 한 분(스승님)을 소개받았다.
이 날, 처음으로 초청해 망원경의 종류, 파인더 정렬, 대략적인 극축 정렬 등 아주 간단한 장비 사용법 등을 배웠다.
또 처음으로 목성, 오리온 대성운을 관측할 수 있었다.
목성의 줄무늬가 여러 줄 보이신다는 데 내 눈에는 딱 두 줄만이 보였다.
오리온 대성운은 한참을 들여다보고 겨우 식별했다. 지금도 그 때 본 오리온 대성운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단지 나에겐 부메랑 모양의 작고 아주 흐릿한 곡선으로 보였다.
2013. 3. 14. 별하늘지기에 가입하다.
스승님은 수동 적도의만 사용해보신 분이라 모터와 리모컨이 달린 장비 사용법은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어떻게든 장비는 운용해야 하니 장비 사용법에 대해 알아볼 요량으로 별하늘지기에 가입하다.
2013. 3. 16. 처음으로 별하늘지기에 글을 올리다.
근처에 계시는 분께 찾아오셔서 장비 조작에 대해 알려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했었다. ^^;;;
친절한 답변 감사했습니다. 조언을 듣고 장비 구입처에 연락해 아주 간단한 사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함정은 물건을 판 업체 관계자도 장비를 잘 못 다룬다는 것!
2013. 4. 4. 달복이(Nexstar 102GT)를 구매하다.
Nexstar 102GT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우연히 인근에 있는 코스트코 반품샾에 캠핑용품을 구하러 갔다가 진열된 Nexstar 102GT를 발견했다.
너무 갇고 싶어 아내에게 말했더니 10월 중순에나 받을 수 있는 생일 선물을 앞당겨 받아라고 한다.
이설 개업 기념, 현금 할인 등으로 18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생일 선물을 미리 받았다.
개인 소유의 첫 망원경 구입!
2013. 4. 7. 처음으로 메시에 대상을 혼자 힘으로 보다.
사실 순전히 혼자 힘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GoTo의 강력한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아마도 김해평야의 일부일 논두렁에 가서 Nexstar 102GT를 펼치고 M44(프레세페)를 찾아봤다.
낑낑거리는 얼라인 실력으로 찾았다는 기쁨도 컸지만, 아이피스를 통해 들어오는 M44의 빛다발, 그 아름다움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다시 그 곳을 찾아가 같은 망원경으로, 비슷한 배율로 프레세페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조만간 해봐야겠다.
2013. 4. 15. 첫 데뷔전!
처음으로 천체 망원경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고 학생들을 대상 교육을 했다.
별자리이야기, 달과 목성에 대한 간단한 설명,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어플을 소개하고 별자리찾기, 달, 목성 등을 관측했다.
2013. 4. 30. 처음으로 별하늘지기 회원을 만나다.
프레세페의 모습이 머리 속에 맴돌아 또 다른 대상에게도 감동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프레세페 외에 이 계절에 볼 수 있는 대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아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무엇을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수월하게 얻기 위해 '성운, 성단 산책'이란 책을 샀다.
가장 앞에는 M81, M82가 있다. 이 부분을 읽고 있으니 보고싶다.
'성운, 성단 산책'의 부제는 '작은 망원경과 함께 떠나는'이었기 때문에 'M81, 82도 논두렁에서 보일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4월 29일 저녁에 프레세페를 봤던 논두렁으로 나간다.
얼라인을 하고 GoTo를 한다. 없다. 또 없다. 또 없다. 또 없다. 얼라인을 다시 한다. 또 없다. 얼라인을 다시 한다. 또 없다. 주위를 쓰윽 훑어 본다. 또 없다. 또 없다. 얼라인을 다시 한다. 또 없다.
지금 다시 보면 보일까? 그때는 얼라인 탓인 줄 알고 얼라인은 몇 번이나 다시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실패를 하고 다음에는 다른 대상이라도 보려고 별하늘지기에 밝은 성운 성단 추천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다음날, 4월 30일 무지개님께 전화가 왔다. 도심에서 M81, 82를 보기는 쉽지 않다고 교외로 나와야 볼 수 있을거라고 나올 생각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한다. 일을 마치고 혹시나 해서 무지개님께 전화를 해본다.
"도착하면 11시쯤 될 거 같은데 괜찮은가요?" "오실거면 기다리고 있을게요."
(사실 그때 기억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닉네임으로 서로 대화를 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매우 익숙하지만, 그 때는 그게 왜 그리 낯설었던지.)
Stellarview 102mm ED 경통과 LXD75 적도의를 가지고 밀양 명품으로 향했다. 명품농원이 네비게이션에 나오길래 갔더니, 마을을 따라 아주 좁은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왠 과수원이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전화를 드리니 그 곳이 아니라고 한다. 우여 곡절 끝에 도착한 명풍농원 관측지, 하늘을 올려다 본다.
또 감동이다. '빼곡하다.' '별이 많으니 별자리를 못찾겠네.' '와~ 대박' 혼자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르겠다.
무지개님, 또 다른 분께서 보여주시는 다양한 대상들은 안보이는 게 태반이다. 레오 트리플 중 NGC3628은 도저히 내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밀양도 매우 멀게 느껴졌다.
잘 안보여서 였을까? 멀다고 느껴서 그랬을까?
10월까지는 한번씩 고투장비를 활용해 주변에서 잠깐 잠깐 관측을 했을 뿐 조금씩 머리 속에서 천체 관측이 옅어지고 있었다.
2013. 9. 9. 레이저콜리메이터를 사다.
레이저콜리메이터라는 물건을 알고 SCT는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잊고 있었다.
우연히 올라온 글 중 돕소니안 광축 조정에는 레이저콜리메이터가 아주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글,
또 안시관측에는 돕소니안이 최고라는 글들을 읽었다.
내게는 너무나 커보였던, 행사시 달 어포컬 촬영용으로만 사용했던, 옥상에서 줄곧 잠을 자고 있던 12인치 돕소니안을 깨워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첫 시작으로 레이저콜리메이터를 구입했다.
하지만 구입하고 나서도 광축 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근 한달은 '오늘 해보자. 아니야. 내일 해보자. 아냐 내일은 바빠.' 등의 생각으로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었다.
2013. 10. 16. 돕소니안을 차에 싣다.
가을, 하늘이 높다. 날씨가 좋다.
파란 하늘은 돕소니안을 차로 인도했다. 어찌나 무겁던지, 그때 기억 탓인지 차에서 장비를 꺼내는 게 너무 싫다.
(옥상에서 이루어지는 몇 차례의 관측 행사때 말고는 차에서 멀어진 적이 거의 없다. )
스승님과 함께 삼랑진으로 가서 스승님께서 찾아주는 대상을 본다. 신기하다.
그 신기함은 스스로 찾아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했고, 이 생각은 혼자 관측을 떠나게 했다.
이렇게 나의 본격 관측이 시작되었다.
2013. 12. 2. 첫 관측기, 작전지도로 시작하다.
2013년 11월 29일, 30일 낙동강변에서 관측한 기록을 남기다.
(http://cafe.naver.com/skyguide/118913)
이 시기에 거의 매번 같은 대상들만 계속해서 찾아봤다. 그 이유는 위치를 기억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또 계속 까먹었기 때문이다. 관측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면 적어놓은 걸 봐서라도 다음에는 더 빨리 찾아보자는 이유였다.
이때는 몰랐는데, 지금보니 어설프지만 작전지도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달아주신 친절한 덧글이 그후로 지금까지 관측 기록을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013. 12. 6. 첫 스케치, 그리고 첫 호핑
(http://cafe.naver.com/skyguide/119381)
김해에 있는 무척산 관광농원에서 처음으로 스케치를 한다.
M39, 관측을 주로 50배에서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삼각형의 모양을 이루고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이라고도 불리는, M39는 그때의 나에게 꽤 매력적인 대상이었는지, 스케치를 한 첫 대상이 되었다. 초창기 경험 때문인지 지금보면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진 않는 M39지만, 여전히 좋다.
이때까지 도트파인더로 대략적인 위치를 잡고, 광학파인더 안에 보이는 대상의 위치를 정확하게 맞춰 보는 식으로 관측을 했었다. 하지만 M48은 잘 안된다.
그래서 겨우 6등급 성도였지만 무서웠지만 호핑에 도전, M48은 파인더 시야를 두 번이상 건너가게 한 기념비적인 첫 대상이 되었다.
2013. 12. 23. 다시 만나다. 100배를 시작.
혼자서 관측을 하다보니 실력이 잘 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밀양으로 아무런 연락도 없이 출동!
무지개님, 승호아빠님 등이 계신다. 많은 정보를 얻었다. 특히 배율을 올려보라는 조언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상의 특징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확실히 보이는 것이 달라졌다.
2014. 1. 9. 대박을 경험하다.
(http://cafe.naver.com/skyguide/121720)
눈이 쌓인 한우산, OK목장 진입은 막혀있고 무풍지대는 무덤이 무섭다. 고민 끝에 아래 만남의 버스가? 있는 쇠목재에서 관측을 한다. 엄청 춥다. 한파를 제대로 경험했다. 손가락이 부서질 거 같은 추위였지만 시상하나 만큼은 지금껏 만나 본 하늘 중 최고였다. 그 날 본 M51, M101, M104, M3, M13, M5의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2014. 1. 23. 관측 녹음을 시작하다.
겨울철 손이 시린데 관측 기록을 적자니 귀찮다. 고민 끝에 스마트폰의 녹음 어플을 이용해 처음으로 관측 기록을 녹음으로 해봤다. 아주 간편하게 기록이 가능하고, 아이피스를 보면서 기록이 가능해 조금 더 생생하게 기록할 수가 있게 되었다. 이후로 쭉 현장에서의 기록은 녹음으로 하고 있다.
2014. 1. 28. 처녀를 정복하다. 열심히? 그린 첫 스케치
(처녀자리 메시에 잡기, http://cafe.naver.com/skyguide/123425)
처음으로 관측 전에 작전지도를 만들게 한 녀석들, 처녀자리 메시에 대상. 관측을 하면서 처음 생긴 목표인 메시에 다보기에 처음으로 굴찍한 걸림돌로 다가온 처녀자리는 '보고 말겠다.'라는 강력한 일념을 불러일으켰고 그래도 쓸만한 작전지도를 만들게 했다. 메시에 마라톤을 할 때도 아주 유용하게 썼다.
무엇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주의 추천게시물이 되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었다. ^^
또 이날, 처음으로 열심히 그린 스케치가 생겼다.
2014. 2월 초. 목성에 관심이 생기다.
Backyard님 께서 올려주는 사진들을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성에 관심이 생긴다. 특히 목성의 위성 이벤트에는 큰 관심이 생겼다. 그 덕에 Jupiter2 프로그램도 알게 되고 목성의 위성 이벤트 관련 안드로이드 어플을 소개하는 글(http://cafe.naver.com/skyguide/123581)까지 쓰게 되었고, 그 뒤로 관측을 가면 잠시라도 목성을 관측하게 되었다.
2014. 2. 10. 비상금을 만들어 쓰다.
우연찮게 돈이 생긴다. 단 한번도 비상금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비상금을 만들게 한다.
고민하지 않고 바로 산다. 이 때 지금 주로 쓰고 있는 암시야 파인더, ES 100도 14mm, 82도 8.8mm, 6.7mm 아이피스를 구매했다.
또 적어도 연말까지는 진짜 내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 비상금 통장도 생겼다. ^^;;;
2014. 2. 24. 첫 원정 관측
(http://cafe.naver.com/skyguide/124808)
악마의 유혹인가? 무지개님께서 원정을 한 번 가자고 하신다. 한참 성운을 보려고 기를 쓰고 있을 때라 그런지, 꽤나 달콤하게 들린다. 그렇게 출발한 달빛공원, 하늘은 좋지 않았지만 원정 관측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는 데는 기여했는지, 그 이후로 2번의 원정 관측을 더 가게 되었다.
2014. 3. 9. 궁수의 화살에 제대로 꽂히다.
(http://cafe.naver.com/skyguide/125642)
새벽에 달이 지는 월령이다. 새벽 월령의 관측은 다음 계절 대상들을 볼 수 있어 진도 나가기가 좋다. 이 날도 메시에 진도를 열심히 나가고 있는데, 궁수가 보인다. 대박이다. 아주 멋진 대상들이 많다.
M4의 가운데를 가르는 멋진 스타체인, M11의 바박바박한 별무리, M24의 압도적인 별 수도 인상적이었지만,
M16(독수리성운)의 시원한 성운기, M17의 분명한 2자 모양, 말로만 듣던 M20(삼렬성운), 가장 많이 감탄한 M8(라군 성운)은 성운에 목말라있던, 성운을 슬슬 싫어하게 되던 나에게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녀석이었다.
성운의 대장은 오리온성운이라고만 생각하던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만나게 해주었다.
2014. 3. 21. 도심에서 관측하는 맛을 알다.
(http://cafe.naver.com/skyguide/126576)
좋은 하늘에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볼품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많은 게 보이지는 않는 그 나름대로의 감질맛과 매력이 있었다.
2014. 3. 23. 가족과 떠나다.
(http://cafe.naver.com/skyguide/126603)
딸내미를 업고 관측하던, 의자에 앉아서 밤하늘의 별을 세던 아내의 모습을 지켜본 경험은 아마 평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2014. 3. 30. 메시에 마라톤에 도전하다.
(http://cafe.naver.com/skyguide/127096)
메시에 마라톤을 하고 싶다는 절실함과 발악, 감질나는 저녁 대상, 정신없이 찾으며 느꼈던 상쾌함,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걸 느끼는 뿌듯함, 정말 힘들게 찾았을 때 느끼는 고진감래의 인생의 맛, 밤을 샌 다음 날 하루종일 떠나지 않는 흥분,
이 과정 전체에서 느꼈던 오만가지의 생각과 느낌과 감정은 왜 마라톤이라고 부르는 가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메시에 마라톤을 마치고....(농띠아저씨님 사진 정말 감사합니다. ^^ 첫 마라톤 기념으로 액자로 보관할 생각입니다.)
찬찬히 되돌아보니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려있네요.
푹 빠져서 즐겨 본 취미가 없는데, 이건 나름 푹 빠진 것 같습니다.
이제 우선 메시에 중 마지막 남은 M30을 보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성도에서 추천하는 666 대상 정복(DSO666)을 목표로 삼고 또 열심히 달려보렵니다. ^^
별하늘지기를 통해서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고, 무엇보다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되어 좋습니다.
더 길게 쓰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을 안하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