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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별 이야기(후기)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쓰는 별 이야기네요. 1년도 더 넘은 것 같아요. 

그 동안 두달에 한두번 꼴로는 안시 관측을 했습니다만 거의 명작순례 위주였습니다. 
명작감상이었으면 또 달랐을 텐데 거의 들르기만 하다보니 
글 쓸 마음이 잘 안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새롭게 보이는 대상과 새로 본 대상 몇에 대한 기억도 함께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아깝습니다. 
까먹기 아까운 기억은 간단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습니다. 
이번에는 그 동안 못쓴 걸 몰아서 쓰는 느낌으로 써봐야겠습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14년이 5개월 남짓 남았었습니다. 
그해가 가기 전 산청, 의성, 영천, 거창, 홍천 등지로 15번 이상 관측을 나갔습니다. 
만행이었죠. 
연말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새해를 맞아서 그런지, 
천문지도사 연수 핑계도 없어져서 그랬는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쓴 2014년 별보기 결산, 

http://cafe.naver.com/skyguide/145404

)



‘얼마 전에 구한 C9.25로 근처에서 행성보고 월에 한번쯤 나가서 별보자.’

행성은 집 주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고 남중 시간 전후에 두시간에서 네시간이면 되니까
(산청가면 왔다갔다만 세시간), 

기름값으로 경제적인 피해
(한번 나가면 도로비까지 거의 5만원), 

밤에 왔다 갔다 하면서 주는 불안감
(주로 평일 관측을 해서 새벽에 운전을 하니까), 

피로로 인한 집안 일 소홀
(관측 다음 날 안 졸린 척 해도 티가 나니까) 등의
문제를 덜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C9.25는 별보기를 줄이려는 생각과는 반대 의도로 산 망원경이었습니다. 

천문지도사 연수 때 이두현님께서 행성을 찍는 걸 몇번 봤습니다. 
참 재밌어 보였습니다. 지름신을 맞이하고 장터 매복 끝에 12월 초에 C9.25를 구했습니다. 

SCT를 산 가장 큰 이유는 별 보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14년 11월에 쓴 나의 로망, 내가 하고 싶은 별보기, 

http://cafe.naver.com/skyguide/142161

)


‘와! 이제 별 더 자주 볼 수 있겠다. 
월령 좋은 날에는 나가서 딥스카이 안시하고 안 좋은 날에는 행성도 촬영해야지.’

날도 좋고 이제 곧 시간이 많아져서 별 볼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붕 떠서 하늘까지 닿았는지, 하늘이 노했나봅니다. 의도치 않게 발목 인대 두개가 끊어져 수술을 하고 입원했습니다. 퇴원하고 깁스를 풀고도 내 발이 내 발 같지 않아 한 동안 무거운 걸 드는 것도, 멀리 가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얼마 안 있어 전출을 하고 적응을 하느라 몸도 참 피곤했습니다. 16인치는 트렁크만 지키고 C9.25가 가장 즐겨보는 망원경이 되었습니다. 주력이 된거죠. 

그 뒤로 C9.25로 집 근처, 베란다에서 목성, 토성, 달, 화성을 주구장창 담고 80mm 굴절과 pst 등으로 태양도 열심히 찍었습니다.




16인치를 보금자리(트렁크)에서 치운 적은 없지만 별빛샤워는 자주 시키지 못했습니다. 가끔 나갈 일이 생겼을 때 빼고는 말이죠. 

그러다 작년에 가을장마가 오고 겨울이 되서 태양이 낮아지니 태양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올해 화성을 끝으로 행성의 고도가 낮아지니 행성도 잘 안봐지고 해서 6월 중순부터는 더 뜸해지더라고요. 


그래도 7월말 황매산(16.07.30.), 
9월 거창 2박3일(16.09.23.~24.), 
10월 평창 등 중간 중간 별 볼일이 있긴 했습니다. 


황매산에서는 잦은 마른 벼락과 별을 함께 보고 있는데 비가 왔었습니다. 
2~3시간쯔음 구멍난 듯 퍼붓는 폭우 뒤에 내 생애 최고의 하늘을 보기도 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안드로메다의 크기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맨눈 대상에 도전해봐야했었는데 
떨어질 것 같은 별빛에 그냥 매료되어 있었던 것이 지금에서는 조금 아쉽네요. 

이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동안 학생들에게 별 보여줄 일이 있어서
관측 모드로는 못 나올 거 같이 캠핑 모드로 가족들과 함께 왔습니다. 
쏟아지는 물 다발 속에서 
망치 하나와 온몸으로 비 맞으며 텐트를 단도리하고
타프 밑에 앉아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와 노래를 들으며 
따신 커피를 마시던 기억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평창에서는 예진아빠님의 28인치의 위용을 경험했습니다. 트라페지움의 허무한 분해, 입체적인 오리온 성운의 성운기, 
1999의 열쇠구멍, 604의 크고 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념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네요.)




또 최근에 아파트 옥상에서 쌍안경으로 별을 본 적도 있습니다. (16.10.27일 밤, 28일 새벽)

처가 제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별이 잘 보입니다. 별 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고 얼마 전에 구한 쌍안경이 떠오릅니다. 아주 좋은 성능의 쌍안경은 아니지만 쓸만한 쌍안경을 처음으로 쓰게 되었거든요. 쌍안경으로 보는 가까운 세상의 입체감은 두근거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쌍안경으로 하늘을 훑어보자.’ 

집에서 막 입어도 되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쌍안경을 목에 달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고니는 부리를 처박고 있고 카시오페아는 거꾸로 메달려 땅을 내려다 보고 있고 오리온은 아직 누워 있습니다. 

일어서 목을 쳐 들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목만 부들거리기도 하면서 몇몇 대상을 훑었습니다. 

4등급~ 4.5등급 정도의 별이 맨눈으로 보였습니다. 
작은 도시 치고는 별이 잘 보이는 드문 밤이었습니다. 

안드로메다는 남중을 넘어 안드로메다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미라크를 건너가니 안드로메다 은하는 생각보다 밝게 보였습니다. 
M45의 초롱초롱한 별이 손떨림에 맞추어 음표를 그리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두별과 같이 보이는 오리온 성운은 정감있었습니다. 
마차부 산개성단 삼형제 37, 36, 38는 위치를 잡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직 쌍안경 겨냥이 서툴러 더욱 그랬습니다. 
이중성단과 막대기의 모습은 오래 봐도 볼만했습니다. Stock2 근육맨은 어려웠습니다. 
아직 낮아 광해 속에 묻혀있는 m44의 자잘한 별들도 옛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습니다. 제일 처음 찾은 메시에가 m44였거든요. 
663, 457, m103 같은 카시오페아 산개성단 위치도 둘러봤습니다.
쌍안경을 휘두르며 눈에 들어오는 별들을 대충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어깨가 왜 아픈지 궁금해하면서 잠에서 깼는데 쓰다 보니 알겠네요. 쌍안경을 들고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운동 좀 해야 겠네요. 고작 1.1kg짜리를 90분 남짓 쉬엄쉬엄 들었을 뿐인데요.




지난 주 수요일(16.11.2.)에는 한아천 경남지부 관측검정이 한우산에서 있었는데요. 
돕는다는 핑계로 잠깐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차를 돌리고 싶을만큼 몸이 안 좋았는데 별보는 동안은 상쾌하더군요. 
오랜만에 별뽕을 느꼈습니다. 

M71, 57, 31, 45, 알비레오, 별자리 설명 등 관측검정을 돕고 

8인치 돕으로 자정 전부터 한시간 남짓 메시에와 NGC 몇개를 서둘러 둘러봤습니다. 

메시에 2, 15, 29, 27, 31, 33, 35, 37, 36, 38, 39, 42, 43, 78, 45, 52, 56, 57, 71, 74, 77, 76, 81, 82, 103, NGC 604(M33내부 성운), 2158(M35 옆), 2392(에스키모 성운), 7789(캐롤라인의 장미), 7331, 이중성단(884, 869), 404, 891, 7662(블루 스노우볼) 등을 봤습니다. 

메시에 중에서는 꼭 발 아래 있는 것 같은 56이 광해를 뚫고
크기를 자랑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604가 슬쩍 슬쩍 보이는 게 흥미로웠고, 
891은 생각보다 어둡게 보이고 왠지 위치가 아리까리해 
아이피스 호핑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7331은 볼만했는데 그 친구들은 볼 생각도 안하고 건너뛰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를 젓듯 망원경을 휘휘 돌리니 신 났었습니다. 



엊그제(토요일)는 거창에 갔습니다. 

초저녁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동베일, 서베일, 크레센트(6888)과 인사를 했습니다. 
베일의 조각들 이름을 불러줄 정신은 없었습니다. 

날이 바뀔 쯤 다시 관측을 시작해서 
말머리(B33), 캘리포니아(1499), 북아메리카(7000), 장미성운(2238), 토르의 투구(2359), 헬릭스(7293) 같은 성운 위주로 제 16인치랑 이두현님 18인치를 왔다 갔다 하며 관측했습니다. 

습기가 많아 배경과 성운이 쩍 갈라지는 맛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흐릿한 듯하면서도 진한 성운기를 보니 관측하는 맛이 났습니다. 
짬짬이 메시에 대상들도 봤습니다. 

이두현님 18인치로 고배율로 본 M46 짝꿍 2438이
마치 M27 같은 크기를 자랑하던 게 떠오르네요. 

습기를 막으려고 핫팩을 준비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못 쓰게 됐습니다. 꽤 높은 습도가 사경과 파인더를 덮쳐 원하는 만큼 관측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망원경을 치우고 쌍안경을 들고 잠깐 하늘을 훑어봤습니다. 
꽤 크게 보이는 토르의 투구와 NGC 산개를 함께 느끼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 날 스카이사파리5를 처음 봤는데 관측 목록 공유가 아주 쉽게 되는 게 편리해보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정호 선생님이 찍으신 멋진 별자리 사진을 감상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세원님, 정현식님, 김대익님, 이두현님, 이정호님, 이소월님, 강경원님, 양희성님 만나 뵈어 반가웠고 함께 관측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16인치로 관측한 것 같은 관측을 하고 나니 하고 싶은 게 생기네요. 

관측을 가서는 봤던 대상을 새롭게 느끼거나 못 본 대상들을 하나라도 보고, 잊지 않도록 간단하게라도 관측기를 꾸준히 쓰고, 썼던 관측기도 한번 쭉 다시 봐야겠습니다. 

조금 더 편리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장비도 보강해야 겠습니다. 차에 오래 둬서 헐거워진 나사를 보니 장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에서 뺄 생각은 없지만 더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궁리하고 더 자주 장비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포커서 나사가 휘었는데 포커서를 통으로 바꾸거나 나사를 교체해야겠습니다. 

등배파인더를 텔라드 유사 제품에서 저렴한 도트파인더로 바꿨는데 아직 베이스를 달지 않고 대충 쓰고 있습니다. 베이스를 교체하거나 도트파인더를 같이 달 수 있는 파인더 브라켓을 알아봐야 겠습니다. 



조만간 셋째가 태어나서 관측이 쉽지 않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감을 잃지 않도록 밤하늘 별빛 아래의 느낌을 가끔이나마 만끽해야겠어요. 새로운 목표도 갖고 장비도 손 보면서 천천히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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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에 한우산에서 기분 좋은 관측을 하고 그 기분을 이어서 가까운 불모산에서 관측을 했습니다. 아직 평일에 이틀 연속 관측하는 건 부담스럽네요. 아직 워밍업이 덜 됐나 봅니다. 구름 덕에 자정 전에 철수를 하고 돌아왔는데 일찍 왔다가 맥주를 홀짝인 게 화근이었는지, 그 다음 날 회식을 해서 그런지, 그 다음 날 늦게까지 출장을 다녀와서 그런건지, 다섯 밤을 잤는데 아직까지 골골 거리고 있습니다. 감기 기운도 있고요. 이 상태로 어제 나가고 싶다고 했다가 또 혼났네요. ^^;; 안 피곤해 보였으면 어제 나갈 수도 있었을텐데요. 어제 못 나가면서 오늘 나갈 수도 있다고 던져 놨는데, 오늘 안나가? 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도저히 나갈 생각이 안 드네요. 몸이… ㅠㅠ

체력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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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산 관측후기] 15.9.8.(화) / 도심의 밤하늘

- 관측일자 : 2015.9.8.(화)
- 관측장소 : 창원 불모산(SQM 19.11)
- 관측장비 : 16인치 돕소니안(Meade Lightbridge 16")


 

어제(15.9.7. 월) 한우산에서 기분 좋은 관측을 하고 나니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싱글벙글. 하하하. 호호호. 우히히. 그래그래!


조금 피곤하긴 하지만 이 정도는 뭐.

날까지 좋으니 또 좋다. 오늘도 나갈 수 있을까?


“갔다 와.”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생각과 다르니 더 좋다.  


마음은 이미 산청이지만, 내일 못 버틸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일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뒤에 일주일이야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집 앞 불모산으로 가기로 한다. 창원과 김해, 진해로 둘러싸여 모든 방향에서 광해가 꽤 올라오긴 하지만 메시에가 얼마나 보이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오늘의 관측거리다.


올라와 보니 하루 전의 한우산과는 새삼 비교가 되지만 집 앞에서 이 정도면 참 감사하다. 이미 와 계신 노르마님과 scentmt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장비를 설치한다.   


파인더 정렬을 하느라 북극성을 보는데 인공위성이 보인다. 별 보기 전에는 인공위성을 본다는 걸 상상도 못했는데, 언제나 신기하다. 아이피스에서는 종종 보지만 파인더로는 처음인 것 같다. 또 두 개를 함께 보는 것도 처음이다. 두 개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가는데 정말 신기해서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본다.


파인더 정렬을 하고 나서


오늘도 M11로 시작한다. 이 곳에서 파인더로도 보이고 배경이 많이 밝긴 하지만 제법 잘 보인다. M11은 참 자비로운 대상인 것 같다. 다 M11만큼만 보인다면 별은 고픈데 바쁠 때는 불모산도 참 좋은 선택이 될텐데...


M26은.. 하아~! 예전에 이걸 보고 뭐라고 기록했을까?가 궁금해진다. (찾아보니 처음 봤을 때는 “볼품없다.  혹시 잘못 찾은 거 같다는 생각이 아직 든다.”, 메시에 마라톤을 하면서 봤을 때는 “나한테는 별로....” 로 기록이 되어있다.) 볼만한 대상은 아니지만 팔이 긴 거북이가 떠오른다. (지금 사진을 보니 왜 그렇게 봤는 지를 모르겠다)


M16은 파인더로는 잘 보이는데 성운기는 안보인다.


M17은 파인더로는 흐릿하게 보이는데 아이피스로는 생각보다 잘 보인다. 역시 독한 놈이다. 2자는 분명하게 잘 보이고 꺾이는 부분의 결도 느껴진다. 독한 놈이구나 너!


M18은 재미없다.


M24 자체는 큰 감흥이 없지만 6603은 희끄무리한 게 볼만하다. 이게 여기서도 보이는구나. 재밌다. 또 6603 주변에 주황색 별이 이쁘다. 난 주황별이 참 좋다. 주황색을 좋아하는 걸까?


M25는 주황색 별 두 개가 재밌지만 그 거 말고는...


M23은 제대로 보면 볼만할 대상일 듯 하다.


M21은 뭐 그냥 그냥 뭐, 기억에 남아있을 만한 대상은 아니다.


M15는 파인더로 별처럼 보이고, 14mm로 아쉬운 대로 잘 보이는 고마운 대상이다.


M2도 잘 보인다. 조금 어두워도 14mm보다 8.8로 보는 게 훨씬 낫다. 꽃게처럼 보인다는 무지개님 말씀이 이해가 될 듯하다.


M72 어이구야. 그냥 성운 같다. 성운. 파인더로도 안 보이고 성운이다. 성운?


M73은 메시에 마라톤을 하면서 처음 봤을 때 황당한 기억이 떠오른다. 너무 이상해서 여러 번 찾아봤는데, 여전히 황당하다.


M30 광해에 쌓여서 어둡기는 한데 스타체인들이 멋지다. 좋은 하늘에서 자세히보면 아주 멋지겠다. 아주.


마무리로 M33과 안드로메다를 보려는 데 구름이 몰려와서 철수한다.


 

SQM은 구름이 덮기 전 19.11이 나온다.


작고 어두운 대상을 보는 건 어렵겠지만 일단 아쉬운 대로 별은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도심에서, 집에서 15분 거리에서 이 정도면 만족이다. 가끔 나갈 여건은 안되지만 별 고플 때는 어느 정도 위안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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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에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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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월요일 한우산에 갔다 온 관측기입니다.

오랜만에 참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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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산 관측후기] 15.9.7(월) / 들뜸

- 관측일자 : 2015.9.7(토) 22:50 ~ 9.8(화) 02:00
- 관측장소 : 의령 한우산(SQM 20.86 - 자정쯤 최고치)
- 관측장비 : 16인치 돕소니안(Meade Lightbridge 16")

- 관측대상 : NGC6704, M11, Double Double, M57, M17, M16, 베일 성운, 북아메리카 성운, M15, M103, M29, NGC7331 Group, 스테판 오중주, M31, M33 등



 아이들을 재우고 한우산으로 향한다.


 둘째가 태어나고 안시 관측을 거의 못했다. 겸사로 관측한 적은 몇 번 있지만 오로지 관측을 위해 떠나는 건 오랜만이다. 지난 초겨울 산청 둔철산에서가 마지막이었다. (14.11.26.) 한우산도 오랜만이다. (14.5.1.) 꽤 많이 와서(찾아보니 12번) 가는 길이 훤할 거 같았는데 헷갈리는 길이 있다. 기억이 하나씩 떠오르는 게 재미있다.


한우산을 오르는 길, 탁 트인 서쪽 하늘에서 물을 따르는 궁수자리와 별똥별 하나가 날 반긴다.


OK목장에 자리를 잡고 장비를 편다. 은하수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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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 카메라와 삼각대가 있어 찍어봄. 30초, ISO400, 18mm(번들), F3.5

 



 

* 아래 은하수 사진들은 같이 간 이정호님께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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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M11부터 보자.’


<6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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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map


대충 M11 위치를 잡고 휙휙 젖다가 이름이 있는 것 같아 보게 된 오늘의 첫 대상이다. 볼만한 대상은 아니다.

 




보려던 M11으로 향한다.

 




<M11>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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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블릭 도메인


야생오리성단, 보면 볼 수록 볼만한 대상이다. 밝고, 바바바박!! 속이 시원해진다. 오늘은 전체적인 모습이 숫자 13같다. 곳곳에 있는 뭉치 별들을 찾아본다. 마치 행성상 성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운데 둥글게 모여있는 별무리는 언듯 언듯 분해되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


M11에 흠뻑 빠져있다가 하늘을 둘러보니 쫌생이가 보인다. 아직 낮게 떠있는 거문고 자리가 어색하지만 가을이 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Double Double>


거문고자리의 더블더블을 4.7mm, 388배로 보는데 떨어져는 보이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M57>


더블 더블을 본 김에 M57도 388배로 본다. 내부의 성운기만 보이고 중심성은 보이지 않는다. 시상이 더 좋아야 하나 보다. 다음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

 




이제 넘어가는 대상도 본다.

 





<M17>, 오메가 성운


독한 녀석 답게 노필터로도 잘 보인다. 아래쪽과 뒤쪽의 은은한 성운기도 좋지만 오늘은 2자의 꺽이는 부분의 성운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M16>, 독수리 성운

독수리 성운은 은근하기만 하다.


이제 베일을 보려고 백조자리를 보는데 무언가가 반짝한다. 이리듐 플레어인가? 순간적으로 번쩍 하는 건 처음 본다. (23:15 경, 찾아보니 iridium flare는 해당 시간에 없었다. 뭘까? 유성? 비행기?)

 





<베일 성운>


서베일은 노필터로도 꼬리의 두 갈래도 보이는 것이 용 같다. OIII를 끼고 볼 때처럼 베일듯한 모습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보이니 신비감은 더한 것 같다. 동베일 성운의 뫼산과 전체적인 모습은 서베일 성운보다 더 진하다. 별아띠에 두고 온 필터들이 참 아쉽다.

 




<북아메리카 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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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 Viatour, en.wikipedia.org/wiki/North_America_Nebula#mediaviewer/File:Nord_america.jpg, CC BY-SA 3.0


멕시코만 지역부터 본다. 일자로 있는 익숙한 두 쌍의 별무리가 보이고 성운기가 살아난다. 바닷가를 따라 올라가니 플라리다주가 나온다. 북아메리카와 펠리칸 사이의 암흑성운과 대비가 분명해서 다른 영역보다 보는 맛이 있다. 상단 곡선은 주변과 대비가 부족해서 그런지 밝은 별 때문인지 확인이 어렵다. 이 부분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으려고 파인더 호핑과 아이피스 호핑을 몇 번 되풀이하는데 파인더로 북아메리카의 전체 모습이 언듯언듯 드려난다. 노필터 파인더로는 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다. 시상이 좋은 걸까?



<M15>


4.7mm 아이피스, 388배로 상이 선다. Pease1, 키스톤들도 분해가 되고, 있어야 할 그 곳도 분해가 된다. 여긴데...



<M103>


4.7mm로 103을 보니 저배율로 보는 39번이 떠오른다. 화면을 가득 채우며 삼각형 모양으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mm로 39번을 보니 느낌이 많이 다르다.  




<M29>


388배로 보는 M29, 특별히 볼만하지는 않지만 스카이사파리가 보여주는 사진보다는 별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도 이 정도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스케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더블 더블을 다시 보는데 아까보다 더 잘 보인다. 이제 시간도 꽤 됐고 새로운 거를 하나라도 볼 차례다.



<ngc7331 group> (Deer Lick group, 사슴이 소금기를 핥으러 오는 샘)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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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40pixel, 세로 739pixel

By Vicent Peris, www.flickr.comphotosbadastronomy3108217445sizesoinset-72157611263798302, CC BY-SA 2.0


8.8mm 207배로 본다. 7331은 길쭉하면서 암흑대의 얼룩이 느껴지는 멋진 대상이다. 7331의 친구들도 찾아본다. 바로 왼쪽의 7335가 가장 잘 보인다. 7337과 7340은 밝기가 고만고만해 보이지만 7337과 겹쳐보이는 별 두 개 때문에 보다보면 별에 집중이 되서 스스륵 사라지기도 해서 7340이 더 편하게 보인다. 7336은 보기 쉽지 않았는데 시야 중심에서 약간 오른쪽 위에 놓기, 경통 치기 등을 해보니 식별이 된다. 바로 아래 별보다 조금 더 크게 보이는, 분명 별은 아닌 그런 느낌으로 보인다. 이 녀석들을 보니 뭔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이 맛이다.



<스테판 오중주>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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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40pixel, 세로 606pixel 
* Jschulman555,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스테판 성운이래도 믿겠다. 계속 보다보면 눈이 멍해져서 19,18,20 막 연결되서 보이기도 한다. 7320이 다른 대상보다 크게 퍼져보인다. 7318 A와 B는 분해해서 보는 게 어렵다. 별보는 느낌으로 주변시를 살짝 깨면 순간 중심부만 보이면서 언듯 두 개로 보인다. 7317은 별 같다. 작다. 6.7mm로도 봐도 더 잘보이거나 하는 게 없다. 상이 잘 안선다.



<M31>, 안드로메다 은하


8.8mm로 보는 110은 작은 망원경으로 안드로메다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82도 30mm, 약 1.35도로 안드로메다를 보는데 시야를 넘어간다. 암흑대 두줄은 너무 쉽게 잘보이고 32, 110도 거의 한시야에 보인다. 조금만 틀면 206도 잘 보이고, 너무너무 멋지다. 들뜬다.



<M33>


파인더로도 크기가 느껴지며 보인다.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82도 30mm로 보는데 크게 잘 보인다. 오늘 너무 행복하다.   

 





이런 하늘을 두고 떠나긴 아쉽지만 달도 뜨고 갈 시간이다. 내려가는 길에 권한조님이 계서서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달과 지구조는 아름답고 나는 전혀 전혀 졸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거울 속에 밝게 실실 웃고 있는 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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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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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월성 관측후기] 8.15(토) / 새로운 시작


안녕하세요. 

8월 중순에 용축, 전시회, 거창에 갔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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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관에 올라 별을 본다. 얼마만 인가. 16인치.

아직 이름도 못 지어 줬는데.

가엾은 16인치에게 별빛을 쏘여준다. 카시니가 겨우 보이는 산에 걸린 토성, 얼마 전에 무지개님 망원경으로 봤던 독수리, 오메가, 석호 등으로 요기를 한다. 독수리의 창조의 기둥은 어림없지만 오메가의 도도한 자태와 석호가 석호처럼 보이는 맛을 즐기고 그 녀석에게 간다.


베일, 나에게 정말 애틋한, 작년 이 맘때 절실히 봤던 베일을 본다. 노필터로 보는 베일은 부시시한 매력이 있다. 별아띠에 있는 내 필터들 대신 이두현님께 O3를 빌려 또 다른 베일의 매력을 느낀다. 동베일, 서베일. A,B,C,D... 뜯어볼 정신은 없지만 재회가 정말 반갑다. 다시 보고 자료를 정리할 참인데, 올해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가까이 있는 크레센트는 보현산에서 90mm로 뚫어져라 쳐다 볼때와는 달리 노필터로도 크레센트는 크레센트다.


밤이 깊어가고 이제는 온전히 별과 나만의 시간. 무엇을 볼까? 밝은 대상을 뜯어볼까? M15! Peace1. 길잡이별 모양이 대강 떠올라 찾아보려는데 투명도가 별로인지 배율을 올려보니 꽤 어둡기도 하고 시상도 아쉽다. 자료도 없고, 깜박이게 할만큼 아이릴리프가 적당한 아이피스도 없고, 아직 그만큼 안목도 없…


그러면 새로운 별 친구와 인사를 해야지. 무얼 찾아볼까? 아까 본관 옥상에서 찾고 계시던 유명한 대상이 떠오른다. 7331! 파인더 습기를 닦아가면서 7331을 힘겹게 찾아보니, 보인다. 7331은. 중심부와 방향성있게 퍼져있는 얼룩이  보인다. 근데, 7331 친구들은? 조금 둘러보는데 잘 모르겠다. 쓰르륵 나타나주면 참 좋겠는데... 7331을 보고 스테판 오중주를 보려고 했는데 확 김이 샌다. 위로해 줄 녀석이 필요하다. 음... 뭐 보지? 891! 또 파인더 습기를 닦으며 열심히 찾아본다.


'이게 뭐야?'


크기만 크고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랑 자태가 너무 다르다.


'이게 뭐야?'

사경이 물기로 부옇다. 열선도 핫팩도 없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하늘을 둘러보는데 누운 오리온이 보인다. 그래, 대성운은 느껴야지. 미묘하고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저 반갑다. 겨울 단장한 녀석을 떠올리니 설렌다.


동이 터오고 이제 내려갈 시간,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왠지 뿌듯하다. 멈췄던 발을 다시 내딛어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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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월성 관측후기] 8.15(토) / 새로운 시작

- 관측일자 : 2015.8.15(토)
- 관측장소 : 거창 월성청소년수련원(SQM 21.19 - 02시경 최고치)
- 관측장비 : 16인치 돕소니안(Meade Lightbridge 16")


 


가족과 함께 출발


8월 14일에는 수원에서 열리는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참석하고 8월 15일과 16일에는 한아천 3급 연수를 도와야 한다.


"갈래?"  "가자."


아내 친구도 만나고 페르세우스 유성우도 함께 맞아볼 겸 8월 13일 목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3박 4일 동안 겸사겸사 가족 여행을 떠난다. 16인치를 트렁크에 모두 넣는데 성공해서 16인치와 함께하는 첫 가족 여행이다. 덕분에 여행 짐들이 지붕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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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 i30 트렁크에 미드 16인치 넣기 



 


13일 오후 3시, 출발. 에버랜드 야간 입장 시간에 맞춰 용인에 도착해 네살배기 첫째를 실컷 놀리고 싶었지만 출발 시간이 늦어지고 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어쩔 수 없이 수원의 아내 친구 집으로 바로 간다. 도착하니 거의 9시, 출발한 지 거의 6시간 만이다. 차의 흐름보다는 아이들 생활 리듬에 맞춰 종종 휴게소를 들러야 했기 때문이다. 아내 친구 내외가 준비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과 인사한다.





처음 간 용축(용인축구센터)


"아빠, 갔다 올게."


멈춰있는 것 같은 구름. 잠깐 나들이나 갔다 와야지. 벗고개도 떠오르지만 잿빛 하늘은 용축으로 가라고 한다. 50km 남짓 가니 너른 주차장이 있다. 혹시나 해서 오르막길에 차를 세워 놓고 둘러본다.


'저기 빨간 불이 보이긴 한데 위에가 더 어두워 보이네. 저기부터 가보자.'


위쪽 주차장에 가보니 차들은 있는데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다시 몸을 돌려 내려간다.


하늘에 연무가 껴있어 장비를 펼 정도는 아니지만 드문드문 열려있다. 잘 하면 유성은 볼 수 있을 것 같다.


둘러보니 관측하는 분 몇 분, 돗자리에 누워 유성 보시는 몇 팀이 있다.


10인치 돕소니안으로 관측하시는 분께서 M103을 관측하고 계셔서 눈동냥을 하고 맞은 편에 모여 계시는 분들께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용축에 왔어요."


"아웃백입니다." "영통하늘지기입니다." "저분은 태권브이님이십니다."


온라인에서 종종 뵌 분들을 만나니 낯선 느낌이 확 사라진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와~!!!!"


"방향을 보니 페르세우스 유성 맞네요. "


꽤 큰 유성을 하나 보니 본전은 찾았다는 생각이 든다.


2시쯤 됐을까? 인사를 하고 수원의 아내 친구 집으로 가 졸린 눈을 붙여본다.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가다


8월 14일 금요일, 용인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수원에서 열리는 별하늘지기 천체 사진 전시회에 홀로 참석한다.


내가 출품한 사진의 인화본을 보니 약간 흐물흐물하다. 부드럽게 처리한다는 생각이 과했는지, 작은 사진을 크게 뽑아서 그런 건지,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내 사진이 번듯한 액자에 걸려 있으니 뿌듯하다. 전시장을 둘러보는데 다른 분들의 작품들은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박력이 있다. 또 온라인에서만 뵙던 분들을 실제로 보니 동지를 만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별사진, 별지기들을 보고 나니 전시회장을 떠나는 것도 아쉽고 별을 보고 싶은 마음이 끓어오른다.






잠깐, 집으로...


'강서중? 벗고개? 강원도?'


이런 저런 궁리를 하면서 전화기를 보고 있는데 한아천 경남 지부장님께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집에 나두고 온 것이 떠오른다.


'아, 아, 아, 챙겨서 내일 오후까지 거창에 가려면 오늘 집에 가야겠네. 별 보러 가고 싶은데… 음… 어쩌지… 에이! 잘됐다.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고속도로도 무룐데 누려보자.'  


그 길로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부천 아내 친구 집으로 간다.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고 운전하기 전에 눈을 조금 붙인다는 게 자정까지 잤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아내의 마음과 내 잠 욕심이 나를 푹 재워버렸다.


고속도로 무료 통행은 물 건너 갔지만 아이들이 잘 때 움직이는 것이 일정 맞추기에는 편하다. 찬물로 대충 얼굴을 적시고 김해로 가서 익숙한 잠자리에서 잠을 청한다.







거창 월성청소년수련원


8월 15일 토요일, 일어나자 마자 카메라, 노트북 등을 간단히 챙기고 한아천 경남지부 3급 연수가 있는 거창 월성 청소년 수련원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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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048pixel, 세로 1152pixel


도착하니 구름이 적당히 껴있다. 가족들을 챙기고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니 5시, 하늘이 조금 열린다.


'이제 올라가 보자.'


경남지부 천문지도사 3급 연수 때 월성우주창의과학관 장비를 이용해 태양을 찍는 과정을 간단하게 보여주기로 했는데 확인해볼 것이 있다. 바로 초점. 새로운 시스템으로 촬영을 할 때 추가 장치 없이 초점이 안 나오는 경우를 몇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230mm Lunt 태양망원경으로 해를 담아보려니 정말 기대된다. 박태선 실장님의 도움을 받아 설레는 마음으로 장비를 연결하고 촬영을 해본다. 태양을 촬영할 때는 주변이 밝아서 노트북 화면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초점을 잘 맞추려면 무언가를 뒤집어 쓰거나 그늘을 만드는 것이 좋은데, 안 챙겼다. 해가 서쪽 산에 거의 넘어간 상황이라 그런지 시상도 불량하다. 적당히 초점을 맞춘다. Lunt 태양망원경은 에탈론 필터를 압력을 이용해 조정을 하는데 해본 적이 없는 방식이고, 화면이 잘 안보이니 제대로 될리가 없다.

그래도 바로우나 다른 장비 없이 초점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고 딱 한 컷만 찍어본다. 내일 정오 쯤의 멋진 태양을 기대하면서 딱 한 컷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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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쉽게도 다음 날의 해는 구름에 덮여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처리를 하기 전에 내심 기대를 했는데, 일렁임이 심한 불량한 원본에서 좋은 사진이 나올 리가 없다. 이렇게 좋은 장비로 이 정도 사진 밖에 못 찍어내다니... 장비한테 미안해진다. 다음엔 꼭 멋진 사진을 찍어보리라!!)

 



산 뒤로 태양을 보내고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하고 정말 오랜만에 16인치를 설치해본다. 설렌다. 오랜 기간 구겨진 암막은 쳐져 있지만 아무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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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00pixel, 세로 506pixel

* 구겨진 암막...(김태준님께서 아침에 찍어 주셨다.)


별관인 우주창의과학관 옥상에 돕을 세워 놓는다. 어색하게 광축을 맞추고, 5도 이상 틀어진 파인더도 이리 저리 정렬한다. 한동안 극축망원경으로만 보던 북극성은 반성을 보여주며 16인치의 귀환을 반갑게 맞이한다. 반성을 본 김에 더블더블도 본다.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분해는 된다.


이제 어둠이 더 짙게 내리길 기다릴 차례.


아내와 딸내미 손을 잡고 본관 옥상에 올라 야생오리성단 찍는 것도 구경하고, 20인치, 24인치의 거대한 풍채에 놀라기도 한다.


"아빠, 아빠! 망원경! 망원겨어엉~!"


우리집 딸내미들, 특히 첫째는 망원경에 관심이 많다. 집 베란다에 있는 코동 앞에 의자를 가져다 앉고 접안부에 눈을 갖다 대기도 하고 컨트롤러를 꾹꾹 눌러도 보고, C9.25 삼각대에 매달려 적도의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하는 걸 놀이처럼 한다. 딸이 잠들기 전에 망원경을 만지고 있으면 쪼르르 와서 자기도 보여 달라고 하는데 망원경들이 보이니 오늘도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싶은가 보다.


"그래, 망원경 보러 가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신다. 실례가 될 것 같아 별관에 있는 내 돕을 보여주기로 한다. 별관으로 올라가니 주변이 조용하고 본관보다는 캠핑장 빛이 조금 더 가려지고 빨간 불도 안 비치니 더 어둡다.


"아빠, 무서워."

"여보, 별 정말 많다! 근데 무섭긴 하다. "


딸내미에게 빨간 핑거라이트를 손가락에 끼워주고 아내 머리에는 빨간 헤드라이트를 씌워준다. 조금 덜한 가보다. 선우는 핑거라이트를 요리조리 비춰가며 종종 거리고 아내는 "저건 뭐야? 또 저건?" 하며 하늘을, 밤하늘을 본다. 선우가 더 어릴 때 한우산에 함께 올랐던 것이 떠오른다. 엄청 무서워했던 선우, 자는 선우를 업고 별을 봤던 그때가 떠오른다.


"아빠, 아빠, 아빠, 망원경!"

딸이 이제 어둠에 조금 적응이 되는지 망원경을 찾는다.


"이거 아빠 망원경이야!"


딸은 처음 C9.25를 봤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우와~ 멋지다아!"


코동이나 PST 앞에서는 "이거언 망원경이야아. 선우도 볼 수우 있어어~!" 하던 아이가 조금 크다 싶으면 "멋지다"라고 하는 게 꼭 큰 놈이 더 좋은 걸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큰 게 다는 아니지만...


'이 녀석!!!!'


뭘 보여줄까 하다가 의자에 앉히면 편안하게 볼만한 북극성을 보여준다.


"뭐가 보여?"

"달이 보여요."


내가 별 보는 걸 달 본다고 표현하는 아내 때문인가, 달을 제일 많이 봐서 그런가, 더 어릴 때 '달님 안녕'이란 그림책을 많이 봐서 그런가, 망원경을 들여다 볼 때는 뭐든 달이라고 할 때가 많다.


"어떻게 보여?"

"으응! 반짝반짝 빛이 나요."


정말 보고 있는 건지 보인다고 말하는지 망원경을 보여줄 때마다 모르겠다.


"그래! 이건 별이야~ 반짝반짝 별이야. 멋지지?"

"응, 멋져요!"


자려고 누워있는 선우를 데리고 나오기도 했고, 둘째도 아내에게 업혀 자고 있고, 선우도 만족한 것 같아 이만 내려보낸다.


꽈당! 쿵! 으아아아앙~!


첫째가 굴렀다. 업어졌다. 널부러졌다.


별관 옥상을 오르는 길에 계단이 있는데 어둠에 쌓인 계단이 선우에게 보일리가 없다. 약 2미터 아래로 그대로 꼬꾸라 졌나 보다. 얼른 선우를 안아 올리는 데 아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펑펑 울기만 한다. 밝은 데로 가서 살펴보니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다. 많이 다치면 안된다. 안된다. 우는 아이를 달래고 숙소로 데려다 주는데, 그냥 쿵만한 것 같긴 한데, 영 마음이 안 좋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조잘거리며 잠자리에 드는 아이를 보고 다시 돕에게 간다. 올라가는 길에 금세 전화를 걸어 본다. 괜찮겠지.


별관에 올라 별을 본다. 얼마만 인가. 16인치.

아직 이름도 못 지어 줬는데.

가엾은 16인치에게 별빛을 쏘여준다. 카시니가 겨우 보이는 산에 걸린 토성, 얼마 전에 무지개님 망원경으로 봤던 독수리, 오메가, 석호 등으로 요기를 한다. 독수리의 창조의 기둥은 어림없지만 오메가의 도도한 자태와 석호가 석호처럼 보이는 맛을 즐기고 그 녀석에게 간다.


베일, 나에게 정말 애틋한, 작년 이 맘때 절실히 봤던 베일을 본다. 노필터로 보는 베일은 부시시한 매력이 있다. 별아띠에 있는 내 필터들 대신 이두현님께 O3를 빌려 또 다른 베일의 매력을 느낀다. 동베일, 서베일. A,B,C,D... 뜯어볼 정신은 없지만 재회가 정말 반갑다. 다시 보고 자료를 정리할 참인데, 올해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가까이 있는 크레센트는 보현산에서 90mm로 뚫어져라 쳐다 볼때와는 달리 노필터로도 크레센트는 크레센트다.


반가움에 한참 젖여있는데 3급 연수를 들으시는 분들께서 올라오신다. 옥상에 불을 켜고 10인치 돕 등 연수장비를 설치하는데 해 질 무렵부터 심상치 않았던 습기가 터진다. 파인더에 습기가 어린 16인치는 금방이라도 관측불가를 외칠 듯하다. 사경은 아직 젖지 않아 여건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 덮어둔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CLP00000c300009.b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00pixel, 세로 562pixel

* 거창의 밤 풍경, 장비가 설치되는 동안 불이 켜졌다. (김태준님께서 찍어 주셨다.)

 



이제부터 또 다른 시간.

알비레오부터 M57, 안드로메다 은하, M11, M15, M71, M27, M39, M13, M27, M29, NGC457, 페르세우스 이중성단 등을 함께 본다. 비교적 위치가 쉽고 잘 보이는 알비레오, M57, 안드로메다는 대부분 잘 찾으셨지만 조금이나마 호핑이 필요한 대상들은 힘들어 하셨다. 또 고도가 낮은 대상은 낯설어 하신다. 당연하다. 나도 항상 어딘가 어색한데…


"밝은 별을 기준으로 주위 별들이 이루는 모양을 잘 보고 성도를 돌려 방향만 맞추면 돼요."


막상 해보면 어렵지 않지만 말은 더 쉽다. 단번에 “아~!”가 되면 참 좋겠지만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다. 적어도 이 별이 저 별인지 저 별이 이 별인지 감이 와야 하니까.


“저 별을 파인더에 시야에 넣으면 별들이 이렇게 저렇게 보이는데, 보이나요?”

“그럼, 이 별과 저 별을 이은 방향대로 이 만큼 가면  또 이런 별들과 저런 별들이 보이죠?”

“그 별 사이 몇 분의 몇 지점에 파인더를 위치시키면 보일 거에요.”  

성도도 없이 나도 잘 적응이 안되는 전자 성도를 들이밀기만 하니 어려울 수 밖에.


사실 호핑이 어렵다기 보다는 내 설명이 막연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잘 맞추라는 말밖에 더 할말이 없다. 기껏하는 거라고는 가는 길을 다 외우고서는 "이 별을 가운데에 놓으면 몇시방향에 별들이 이렇게 저렇게 보이는데 이렇게 저렇게 가서 이 별과 저 별의 약 몇 분의 몇 위치에서 보여요. " 하는 정도.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건 거 같아요. ”   “이건가요?”   “와! 00찾았다.”  “이제 뭐 찾아볼까요?”


이것 저것 스스로 찾는 분도 계시고 꿇어앉아 성도를 보며 갸웃갸웃하는 분도 계시고 끙끙대지만 결국 찾아내시는 분들도 계신다. 뭔가 간질거리기도 하고 떠오르기도 하고 느껴지지기도 한다. 멋지다. 그래. 이거지.  


밤이 깊어가고 이제는 온전히 별과 나만의 시간. 무엇을 볼까? 밝은 대상을 뜯어볼까? M15! Peace1. 길잡이별 모양이 대강 떠올라 찾아보려는데 투명도가 별로인지 배율을 올려보니 꽤 어둡기도 하고 시상도 아쉽다. 자료도 없고, 깜박이게 할만큼 아이릴리프가 적당한 아이피스도 없고, 아직 그만큼 안목도 없…


그러면 새로운 별 친구와 인사를 해야지. 무얼 찾아볼까? 아까 본관 옥상에서 찾고 계시던 유명한 대상이 떠오른다. 7331! 파인더 습기를 닦아가면서 7331을 힘겹게 찾아보니, 보인다. 7331은. 중심부와 방향성있게 퍼져있는 얼룩이  보인다. 근데, 7331 친구들은? 조금 둘러보는데 잘 모르겠다. 쓰르륵 나타나주면 참 좋겠는데... 7331을 보고 스테판 오중주를 보려고 했는데 확 김이 샌다. 위로해 줄 녀석이 필요하다. 음... 뭐 보지? 891! 또 파인더 습기를 닦으며 열심히 찾아본다.


'이게 뭐야?'


크기만 크고 내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랑 자태가 너무 다르다.


'이게 뭐야?'

사경이 물기로 부옇다. 열선도 핫팩도 없다.


어떻게 할 수가 없어 하늘을 둘러보는데 누운 오리온이 보인다. 그래, 대성운은 느껴야지. 미묘하고 압도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그저 반갑다. 겨울 단장한 녀석을 떠올리니 설렌다.


동이 터오고 이제 내려갈 시간,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왠지 뿌듯하다. 멈췄던 발을 다시 내딛어서 그렇겠지.


나갈 때마다 자신 있게 외치던 '안자고 버티면 되지.' 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이 게을러지고, 계속 '어디에 있더라?' '이거 어떻게 보이더라?' 만 되뇌일 정도로 온통 까먹고, '어퍼케이지를 어떤 방향으로 달았더라?' '성도라...' 하나 하나 낯설기만 하지만 분명히 즐겁다.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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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00pixel, 세로 506pixel

* 밤새 고생한 16인치, 밤새 습기를 닦은 휴지...(김태준님께서 아침에 찍어 주셨다.)


관측을 끝내고 집으로 가며 느끼던 무언가, 내 속에 채워진 그 무언가를 느끼며 방으로, 또 꿈나라로 갔다 온다.

아침부터 하얗던 하늘이 푸른 빛을 보여주지 않는다. 뒤가 허전하지만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의미 있는 관측이었다고 할 만큼 본 것은 없지만, 의미 있는 관측이었다는 느낌은 든다. 16인치에게 차를 돌려주고 다시 마주한 것도 그렇고, 아내가 함께 와준 것도 그렇고, 또 그렇고 그렇고 그렇다. 이제 다시, 새로운 시작,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하나 하나 다시, 처음과는 다른 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지. 가을 하늘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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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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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보현산 관측후기] 15.8.7(금) ~ 8.8(토) / 어쩌다 보니


- 관측일자 : 2015.8.7(금) ~ 8.8(토)
- 관측장소 : 청송 진보리, 영천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SQM 21.01 - 자정 전 최고치)

- 관측장비 : 10인치 돕소니안 14mm 아이피스(무지개님 장비), 90GT(코동)에 주로 15.5mm 아이피스(무지개님 아이피스), Bresser 10mm, 20mm 아이피스, 26mm PL 아이피스 등 



안녕하세요.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어쩌다 보니 경북권에서 관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

준비없이 떠났지만 2박 3일 동안 나름 힐링한 관측 후기입니다.


* 후기에 사용된 성도는 Sky Chart / Cartes du Ciel이고 저작권 관련 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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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무작정 차를 밟아 보현산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일곱시.


(보현산에 오르기 전에 천문과학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잠시 구경해 보았다. )


(보현산 천문대 주차장에서 늘 보는 철탑)


쌍보세 모임이 있다. 반지하의 제왕님, 기장님이 반가웠지만 보현산에 오르니 자연스레 무지개님이 떠오른다. 전화를 해보니 안동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첨성대의 김국경님이 계시는 청송으로 가신다고 한다.


망원경을 안 챙겼기도 하고, 편히 쉴 곳이 있다고 하고, 어떤 곳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오랜만에 무지개님도 보고 싶기도 하고,


청송으로 간다.




자욱하던 구름은 흩어지고 옅은 구름결 위로 별빛이 스며 나온다.





무지개님의 10인치로 이런 저런 대상을 동냥 하기도, 찾아보기도 한다. 오로지 나만을 위해, 돕소니안으로, 깊은 밤하늘을 오롯이 가리킨 것은 작년 11월 말 이후 거의 9개월 만이다. 위치가 기억나는 M31, M32, M110, M103, NGC457, M52, M11, M15 등을 찾아본다. 더 찾아보려 하는데 다 까먹었을 거라 생각한 만큼은 아니었지만, 원래부터 대상들 번호와 위치는 잘 몰랐지만, 유명한 몇몇 대상들조차 어디에 있는지 가물가물하다.


스카이사파리를 보면서 창조의 기둥이 떠오르는 M16, 백조가 떠오르는 M17, 비행기가 떠오르는 M71, 꽃게가 떠오르는 M2 등 여러 대상을 찾아 본다. 도트파인더로 겨누고 광학파인더를 한 번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M71의 비행기, M17의 백조 말고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멋진 모습 그대로다.


"기억이 잘 안나네, 다 까먹었어요."하고 있으니 무지개님께서 숙제를 주신다. M55, 도트파인더로 대충 가르키고 광학파인더를 보는 데 별이 몇개 안보인다. 고도도 낮고 안개도 광해도 있는 탓이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호핑을 한다. 하나 하나 하나 별들을 집어 가는데 씨익 웃음이 나온다. 찾아가는 맛, 참 좋다.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이 맛이다!   


M55는 성운 같은 뿌연 덩어리로 보이지만 이 느낌도 너무 좋다.


M24와 내부의 뿌연 산개성단, 김국경님께서 좋아하신다는, 찾아가는 길에 있는 쌍쌍별 세쌍이 재미있는, 장미성운이 떠오르는 캐롤라인의 장미 등도 재미있게 찾아본다. 어떤 대상이든 세부를 보기에는 부족한 날이었지만 그냥 그저 마주하는 것 자체가 좋다.

(쌍쌍별들과 NGC7789)


달이 오르고 구름은 흐르고 이제 그만 할 때다. 김국경님의 아지트에서 시원하게 잠이 든다.






다음 날, 빈둥거리다 보니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억수 같이 오고 금세 땅바닥에 물이 넘쳐 흐른다. 빗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린다. 어느새 저녁 시간. 이 비만 그치면 하늘이 열릴 것 같아 여섯 시 이십 분께 무지개님과 비 속으로 출발!

보현산으로 다시 향한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무지개와 바닥에서 올라오는 작은 안개뭉치, 오묘한 붉은 색 하늘이 비가 그쳤다고 한다.


오늘은 나도 모르게 차에 있던 90GT 경통과 태양 볼 때 쓰려고 차에 뒀던 90GT 가대를 써보기로 한다. 잠자리를 마련하고, 장비를 설치하고 하늘을 올려다 보니 볼만하다.


가장 먼저 향한 대상은 북아메리카 성운. 파인더로도 보인다는 대상이라 그런지 90mm 경통에 26mm plossl아이피스로도 보인다. 멕시코만에서부터 찬찬히 보니 얼룩덜룩한 북아메리카의 대강의 모양도 그려진다. 다음 대상은 NGC6888 크레센트다. GOTO했지만 내가 한 얼라인을 신뢰하지 않고 도트파인더 밖이라 거의 9개월 만에 아이피스 호핑을 해본다. 특유의 별배치를 만나고 뚫어져라 보는데 보이는 것도 같고 안 보이는 것도 같다. 나중에도 다시 찾아 봤지만 글쎄.. 보현산 정도 되는 관측지에서 90mm로 볼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한다.


갑자기 하늘에 구름이 꽉 끼고 스바루님께서 도착하신다. 스바루님께서 사오신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나니 다행히도 하늘이 또 갑자기 확 열린다. 밥은 먹고 보라는 하늘의 배려였을까?


저녁 식사 후에 처음 보는 대상은 한동안 열심히 찍었던 토성이다. 행성을 찍는 것보다 안시로 볼 때 확실히 좋은 것 중 하나는 위성도 한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6.4mm로 보는 토성이 예쁘다. Dione Rhea Titan Thetis 4개의 위성은 확인이 가능하고 카시니 간극도 확실히 보인다. 또 토성 가운데의 흐끄무리한 줄무리도 얼핏 보이는 게 참 좋다.

(좌우 대칭, 90mm로 볼때 90도 천정미러가 있어 한 방향이 뒤집혀 보였다.)


대충은 분해가 되려고 하는 M11, 별 특징을 모르겠는 M52, 암흑대의 시작은 확실히 보이는 M31, 가운데를 가르는 M8 석호의 암흑대, 주변시로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M13의 헬리곱터...


나선팔은 힘들었지만 M33도 보고, 암흑대는 안 보이지만 삼렬성운도 보고, 정확한 모양을 그리기는 어려웠지만 두둥 떠있는 헬릭스도 보고, 뫼산은 안 보이고 베일 2 같이 겨우 보였지만 베일의 흔적도 보고, 90mm로 충분히 즐기며 관측을 한다.


관측하는 내내  "생각보다 잘 보이네."가 중얼거려지는 정도로 90mm로도 꽤 재미있게 본다.



달이 올라 페르세우스 이중성단으로 딥스카이를 마무리하고 페르세우스 유성들, 쫌생이의 바박함.. 한참동안 하늘을 가만히 느낀다. 높은 산, 밤 하늘 아래의 여유를 잔잔히 즐긴다. 내 안의 무언가가 간질거리는 순간이다.


그러기를 한참, 어느 정도 오른 달을 본다.


달을 한눈에 넣고 고요한 지구조와 보현산 하늘이 보여주는 달 주위 별들의 오묘함을 느끼고 있는데 스바루님의 들뜬 목소리가 들린다.


(달과 별들)


"달 시상 대박이네요."


12인치에 4.7mm아이피스, 324배로 달을 보는데 정말 대박이다. 레이너 감마의 몽환적인 눈, 무지개만의 깎아지는 절벽, 무지개만 내부와 곳곳의 자잘한 크레이터까지 잘 보인다. 코페르니쿠스는 오돌토돌한 내부의 세부모습을 낱낱이 드러내는 데 정말 최고다. 조금의 흔들림이나 일렁거림도 없이 잘 보인다. 내가 찍은 달 사진은 갖다 대지도 못할 만큼 박력있다. 더 높은 배율을 낼 수 있는 아이피스가 없는 게 너무, 너무, 너무, 아쉽다.


90gt에 물기가 어려 광량이 꽤 부족했지만 90mm로 200배 정도로 보는 달도 매우 좋았다.


오늘 관측의 최고는 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정말 잘 보이고 또 좋았다.


달을 충분히 즐기고 나니 거의 20도까지 달무리를 그리는 달과 붉게 흔들리는 알데바란은 3도 2도 1도까지 점점 가까워지고, 벨라트릭스를 먼저 내밀고 베텔게우스, 리겔를 어느새 보여주는 아직 누워있는 오리온을 서서히 일으키며 동이 튼다.






(달과 알데바란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스바루님은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다. 알아야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


(일어나려고 하는 오리온)


(메시에 마라톤을 떠올리게 하는 보현산 아침의 동쪽 하늘)



정리를 하고 슬 자려고 하는데 스바루님의 조용한 말씀.


"운해가 보이는 것 같아요."


운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있다면 봐야지.


보현산 주차장 입구에 나 있는 산책로의 데크를 따라 정자까지 가는데, 가는 길 왼쪽으로 운해가 펄쳐져 있다. 어떤 표현을 해야 할까? 정말 멋있다. 산을 둘러싼 구름, 구름의 끝에는 꼭 바다가 있을 것 같은, 구름의 바다, 운해, 정말, 아, 아, 아! 멋있다. 정자에 도착해 탁 트인 아래를 둘러보는데 장관이다. 이건 정말 특별하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구름 위에서 관측했다고 생각하니 더 신비롭다. 정자까지 걸어온 수고가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아, 아, 아!




(보현산에서 내려다 본 운해)


관측지로 돌아오니 세상이 훤하다. 장비를 정리하고 스바루님을 배웅한 뒤 텐트에 누워 잠을 잔다. 뜨거운 햇빛에, 그리고 걸려온 전화에, 얼마 못 붙인 눈을 떠보니 어제 밤 먼저 쉬기 시작하신 무지개님께서 짐을 정리하고 앉아 계신다. 더 잘까 하다가 무지개님과 내려가 짬뽕 한 그릇을 한다. 또 어쩔까 하다가 카드를 흘리고 온 청송에 가서 무지개 구름도 보고 김국경님을 다시 만나 뵌다. 김국경님의 배려로 시원하게 샤워도 하고 길을 나선다. 지금 당장 잠이 오진 않지만 세 시간이나 고속도로에서 버틸 자신이 없어 한적하고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세 시간 정도 푹 자고 김해로 출발.


(청송에서 만난 무지개 구름)



오랜만에 본 짙은 은하수.. 별아래있는 행복을 진탕 느낀..

2박 3일의 어쩌다 하게 된 나름 힐링 관측 여행.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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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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