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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월성수련원 관측후기] 10.4(토) / 소소한 지름신


- 관측일자 : 2014.10.4(토) 
- 관측장소 : 거창 월성청소년 수련원 주차장
- 관측대상 : 천왕성, Abell 426 등

- 관측장비 : 미드 라이트브릿지 16인치 8.8mm, 24mm, 필터 등

- 기타 : 태양 촬영 등



안녕하세요. 

지난 토요일, 1박 2일 일정으로 거창에 있는 월성청소년수련원에 다녀온 후기입니다.  

(저 스스로가 그 날을 되돌아보며 쓰는 관측 '일기'라 편한 어체로 글을 쓰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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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시간때 쯤 월성 청소년 수련원에 도착한다. 180km 내외의 거리에 2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진주 유등 축제가 있어 길이 조금 막혔다는 걸 감안해도 2시간 안에 도착하는 건 어렵겠다. 가볍게 오지는 못하겠다. 


반 넘게 차오른 달빛을 받으며 돕을 설치하고 달 사진을 찍을 겸 굴절망원경도 옆에 놓아본다. 이 번에 구입한 스카이워쳐 8인치 돕소니안을 가져오신 분이 있어 광축을 맞춰준다. 육각렌치로 돌리는데 힘들다.


장비 설치를 마치고 달을 담으려다 보니 어디서 왔는지 구름이 온 하늘이 뒤덮는다. 심상치 않다. 굴절망원경을 바로 차 안에 넣고 하늘을 본다. 흐린 하늘을 보고 있으니 감기로 침침한 눈과 멍멍한 귀가 더 심해진다. 


'아, 쉬어라는 하늘의 뜻인가보다.' 


이슬에 대비해 장비에 핫팩을 붙이고 숙소에 올라가 잠을 청한다. 


01시 30분,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달빛은 보이지만 달은 안 보인다. 방한복을 입고 장비가 설치된 곳으로 나선다. 


'어라? 은하수가 안보이네. 달빛이 생각보다 쎄구나. 은하수가 흐를 때까지 뭐하지? 주위 분들이 뭐 찾으시는지 기웃거려보자.'


한 분이 스카이사파리를 켜놓고 무언가를 찾고 있으시다. 


"뭐 찾으세요?"

"천왕성요."

"대충 어디에 있나요?"

"물고기 자리요."


친철하시게도 별지시기로 대략적인 위치까지 알려주신다.





<천왕성>

나도 스카이사파리를 켜고 물고기 자리의 별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천왕성이 있는 곳을 가늠해본다.


'어라, 보이는데? 저거 맞나? 에이 설마.'


의아스러운 마음으로 망원경을 들여다 보니 별은 아니다. 시상 탓인지, 망원경 탓인지, 관측자 탓인지, 울렁거리는데, 별들과는 그 느낌이 다르다. 270배에서 크기와 청녹색의 색감도 느껴진다. 천왕성으로 확신하고 스카이사파리 정보를 확인하니 5.7등급이다. 


'5.75등급인 오른쪽 별도 보이니 보일만 하겠네.'


망원경으로 본 천왕성도 영롱하다는 표현이 식상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맨눈으로 천왕성을 봤다는 것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천왕성의 빛을 주위 분들에게 나누어 주고 하늘을 둘러다보니 은하수가 보인다. 이제 충분히 어두워졌다. Pease1에 도전하려고 하니 M15가 산 위에 아슬아슬 걸려 있고, 다시 보려던 M71은 산 뒤에 숨어있다. 


'지난 번에 못 본 Abell 426의 은하탑을 보자.' 





<아벨 426>

*sky-map 추출


지난주 금요일에 관측할 때 9개의 대상을 보고 기뻐하고 있다가 다음 날 내 성도에 누락된 대상이 우라노 세부성도에 더 많이 표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적은 분노를 느꼈었다. 이 번에는 은하탑도 관측하고, 지난 번에 관측한 대상을 포함해  은하 19개를 봤으니 한은 푼 것 같다. 


Abell 426을 보며 흥미있는 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스바루님을 통해 알게 된 팁 중에서 한 눈을 찡그리고 보는 것 보다 가리고 보는 것이 더 잘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팁을 알고 난 뒤, 집에서 Marco Polo 크레이터 시리즈를 보면서 시험해 보았는데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이번 Abell 426 관측 때도 활용해보니 조금 더 수월하게 관측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다음 날 해적 안대 몇 개를 주문했는데, 쓸 만한 물건이 오면 좋겠다. 


은하탑과 그 주위의 은하들을 확인하고 나니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하지만 성도에는 더 많은 은하가 표기되어 있다. 꾸역꾸역 표시한 은하들 중 우측 끝 은하까지 관측을 하고 나니 감기 기운이 극에 달한다. 눈에는 열감이 느껴지고 귀는 먹먹하다. 은하단 관측은 정말 용을 쓰게 만드는 것 같다. 


'아, 아, 올라가 잘까? 별들이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고 있는데? 명작들이라도 찾아보자.'



떨어진 집중력 회복을 위한 빠른 효과의 약은 없을 지 몰라도 명작들이 조금의 각성 효과를 준다. 

명작 각성제를 눈으로 흡수하고 몇개 더 찾아본다. 



<1342>


*sky-map, 0.4도 추출


첫 눈에 M34에서 발견했던 탈춤추는 사람이 조금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sky-map, 0.4도 추출


조금 더 보다 보니 탈춤추는 부분이 산양의 뿔과 머리 부분으로 보이고, 혹도, 꼬리도 발견한다. 결국 1342를 괴생명체로 상상하고 다음 대상으로 넘어 간다. 



<1514>

*sky-map, 0.4도 추출


오늘 관측에서 본 대상 중에서 가장 특이한 대상이다.  


첫인상, 별이다. 별이 불은 것도 아니라 그냥 별이다. 오렌지색의 그냥 별이다. 제대로 찾은 것 같지 않아 다시 찾아 봐도 이 녀석이다. 위치에 대한 의심이 들면 노려보기는 안된다. 파인더 정렬을 확인하고 다시 찾아본다. 또 이녀석이다. 여기라고 확신을 하고 주의 깊게 보고 있으니 그냥 별이던 것 주변에서 흐린 성운기가 넓게 확산되어 있다. 크다. 별이 불은 행성상성운보다 이런 녀석들이 나는 더 좋다. 

O3필터를 껴보니 성운기가 확 살아난다. O3필터와 아주 궁합이 좋은 대상이다. 아, 루미콘 O3... 성운 중심의 별은 너무 밝아 중심성인지 겹쳐 있는 별인지 의심이 될 정도다. 




<IC405, Flaming Nebula>

*sky-map, 0.9도 추출


지난 번에 O3필터를 끼고 봤을 때 성운기라고는 흔적도 찾지 못했다. 이 번에는 노필터로 관측을 시도한다. 구라신을 영접한 건지 마음의 눈으로 본 건지는 몰라도 밝은 별 주변으로 아주 흐릿한 성운기가 느껴진다. UHC를 끼고 보니 조금 아주 조금 더 낫다. 자료를 찾아보니 H-beta 필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말머리도 말머리지만 이 녀석 덕에 루미콘 H-beta필터가 지금 바다 건너 오고 있다. 필터가 오면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1664>

*sky-map, 0.4도 추출


인상적인 별선은 그어 지지만 이걸 뭐라고 불러야할 지는 모르겠다. 




<기타>


1931을 찾다보니 암등은 급격히 어두워져 있고, 암시야 조명장치는 또 말썽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 춥다. 포기 선언을 하고 겨울철 유명 대상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숙소로 올라온다. 


'잠이 잘 안 드네, 못 쓸, 못 쓰게 된, 쓰고 싶은 물건이나 조금 사자.'


암등과 암시야 조명장치, 적당히 따뜻해 보이는 신발, H-beta 필터, 해적 안대, 내친 김에 사경 나사까지 구매하고 꿈나라로 간다. 만약 Agenaastro에 O3필터 재고가 있었다면 아마 구입했을 것 같다. (안 쓰는 루미콘 2인치 O3필터가 있으시다면 연락주세요. ^^;) 최근에 Sky Quality Meter와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필터, 관측 의자까지 샀었다. 감기 탓인지,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물건 사는 걸 귀찮아 하는 나에게 뭔가 지나가긴 했나보다. 




<태양촬영>

아침에 일어나 문제있는 가대를 만지작 거리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부를 더 잘라야 겠다.'라고 결론을 내고 장비를 철수하고 조금 더 눈을 붙인다. 눈을 뜨니 곧 점심을 먹을 시간, 점심을 먹다 보니 수련원에 있는 태양망원경으로 촬영을 해도 된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태양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몇 컷 찍는다. 

태양 표면의 밸런스를 맞추지를 못해 표면은 까맣게 덮어버리고 테두리만 살려본다. 



망원경에게 미안할 정도의 사진이지만 나는 나름 만족하며 집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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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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