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6(토), 27(일) - 별아띠 관측후기 / 베일에 쌓인
지난 토요일(14.07.26.), 일요일(14.07.27.)에 산청에 있는 별아띠 천문대에서 관측을 했습니다.
생각만큼 보지는 못했지만 근 한달만에 나가서 관측을 하는 거라 즐거웠습니다!!
--------------------------------
<26일 토요일>
나름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날(?)이라 돌봐야 할 첫째를 맡기고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나갈 수 있었다.
"넌 가야해!" 하는 것 처럼 가만히 있어도 갈 여건이 만들어졌으니 그냥 나갈 수 있었다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공식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관측인데, 별 보러 간다고 장모님께 애를 맡긴 사위가 되버렸다. ;;
조금 찔리기는 했지만 철없는 사위는.. 나간다...
장비야 차에서 자고 있으니 달 본다고 올라와 있던 아이피스 가방이랑 몇 가지를 덜래덜래 들고 차에 싣고 출발! 아. 신난다. 설렌다. 와아아아아~!
'새 장비에게 처음으로 별빛도 쐬어주고, 베일의 베일도 벗겨보자!'
산청 별아띠 천문대에 도착해 어떤 분일까 궁금했던 조강욱님을 처음 뵙고 좋은 말씀도 많이 들었다. 조강욱님의 베일을 조금 벗기고 나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와, 동안이다.'였다. ^^;;
한참을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냉각을 하려고 차 문을 활짝 열어 놓았는데 그냥 장비를 설치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장비를 설치하기로 한다. 또 그런 분위기였기도 했다.
아.. 근데 '장비를.. 저 계단들을 딛고 어떻게 슬라이딩돔에 올리지?' 하는 걱정부터 든다... 내 허리는? ㅠ
별아띠의 최대 단점인 장비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하고
최대 장점인 바로 누워잘 수 있을 정도의 안락한 관측 공간에서 관측을 기대하며 설치를 마쳤다.
암막을 안 쓰다 처음 설치하다보니 주경 뚜껑을 안 빼고 설치를 마쳤다는... ;; 순간 난감했지만 암막을 벗기고 주경을 뺐다. 더 당황했으면 분해는 조립의 역순!을 외칠 뻔.. 했다.
돔에서 내려와 날이 어두워지기 까지 잠시 그림을 끄적거렸는데... 사과(M27), 돼지코(토성), 나무(홍염)...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선들이 그어졌다.;;
역시 스케치는 나에게는 너무 힘들다. ^^;;
나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새로 들인 장비에게 별빛을 느끼게 할 시간!
광축을 맞추는데 전체 길이가 길어져 레이저가 잘 안보인다. 어떻게 대충 맞추고 파인더 정렬을 시작한다.
기존의 도트파인더 대신 일레트릭서클파인더를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매우 낯설다. 조만간 기존 도트파인더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어퍼케이지에 구멍 두 개를 더 뚫을지도 모르겠다. 아, 귀찮아.. 가지고 있는 드릴이 시원찮아서.. 힘든데 ㅠ
이제 뭐라도 봐야지. 별 생각없이 다른 분들이 보시길래 찾은 대상은 M51,
나선팔이 똘똘똘. 나쁘지 않다. 새 장비로 처음 본 딥스카이 대상은 M51이 되었다.
M27, 57, 17, 13, 4, 8 등의 명작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감상!
노필터로 보는 M17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M17번은 아주 독한 녀석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는 생각이 들었다.
M8은 언제봐도 그 스케일에 놀란다.
M13을 배율을 올려 보는데 아마 본 사람들로 하여금 가장 많은 탄성을 불러 일으킨 대상이었던 같다.
M17을 본 김에 M16을 본다. 나쁘진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그 모습보다 약간.. 조금 부족해 보인다. 베일도 마찬가지다. 12인치로 더 잘 보이는건가? ;;배율이 바껴서 그랬을까? 연무 탓이었을까? 바람? 아님 그냥 그런 날이었을까? 인근 둔철산에서 처음 맛본 베일의 베일 듯 한 칼날, 독수리의 기둥과 손톱 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분명히 꽤 재미있는 하늘, 요즘 날씨에 이만한 것이 어딘가?
'관측지가 한산해지면 오늘의 목표, 베일을 벗겨버릴테야. '
마음이 들뜨며 이것 저것 함께 본다.
하늘은 비하지 못할 더 큰, 크으으은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장비였다.
가장 큰 문제는 가대를 자르고 습기 대비로 테두리에 순간접착제를 발라놨는데 사각형 형태의 가대 두 부분의 모서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대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 조그만 높이가 이렇게 크게 작용할지 몰랐다. 매우 엄청 진짜 아주 정말 불편했다. 가대를 1000바퀴 쯤 돌려 순간접착제 찌꺼기를 갈라내든가 다른 무슨 수를 내야할 것 같다. 어떻게 하지 잠시 고민하며 막 돌리고 있었더니 운동하세요? 라는 말도 듣고.. 운동을 조금 해야겠네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 덕에 정말.. 관측할 때는 잘 안 돌아가는 부분을 만나면 망원경을 통채로 돌린다고 운동 좀 많이 했다.. ;; 이대로 적응이 될지도 모르겠다. ;;
또 다른 점은 암막을 대충 접어 차에 꼽아 놨더니 구겨지고 해서 모양이 별로였고 광로를 침범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조금 그랬다. 이 것도 손을 봐야하긴 해야겠는데 귀차니즘으로 언제할까 싶다. ;; 장비를 일단 차에 싣는 순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관측지 외에서는 잘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불쌍한 녀석...
시간이 지나고 열두시가 되기 얼마전이었던가 라면타임을 가지고 났더니 관측지가 조금 조용해졌다.
이제 봐야지. 베일!
아직 베일이 천장에 있어 발판 위에서 보는 것이 불편했지만 보기 시작!
그러고 보니 발판도 하나 듬직한 녀석으로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접히는 녀석으로 하나 알아봐야겠다. 가지고 있는 곰돌이는 높아서 불편할 것 같아 차에서 재웠고, 다른 녀석은 너무 좁아 자세가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피가 큰 녀석을 차에 넣고 다닐 자신은 없다. 강욱님 키티? 목욕 발판은 이단으로 되어 있고 아주 편안해 보여 아주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녀석을 찾기가 힘들 듯... ;;
(사진 출처 : http://www.astroimages.de/en/gallery/NGC6960.html,
저작권 정보 : No commercial usage or reproduction without explicit written permission of the author.)
베일듯한 베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볼만한 정도라서 우선 동베일(6992, 6995)과 서베일(6960)을 훑어본다. 서베일은 세 갈래를 찬찬히 봤다. 첫 갈래는 길쭉한 이등변 삼각형의 별무리가 좋은 길잡이가 되었고 두 번째 갈래는 꺽여 들어가는 모습이, 세 번째 갈래는 특유의 뾰족함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갈래의 잔 갈래를 좀 더 보려고 눈에 힘을 주고 있는데 베일이 베일이... 베일이.. 베일에 둘러 쌓였다.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보니 구름이... 하늘에 꼈다. ㅠ
오늘의 목표가 접힌 순간... 저기는 조금 기다려보기로 하고 집을 나서기 전에 무지개님께 들었던 거문고 습격사건 후기를 본다. (http://cafe.naver.com/skyguide/132882)
<6675>
(사진의 저자는 Odd Trondal이며, 저작자 표시 및 동일조건변경허락의 라이센스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NGC6675.jpg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베가와 더블더블 근처에 있는 은하들을 본 후기인데 보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들이대본다.
(성도는 deepsktwatch.com에서 제공하는 Deep Sky Hunters Atlas라는 무료성도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가장 처음 본 대상은 6675, 130배로 보는데도 볼만한 크기이다. 느낌은 동그란 타원은하였는데 과연... ^^; 사진을 찾아보니 나선은하다.
오랜 만에 보는 은하라 신기해?하며 들여다 보고 있는데 스물스물 거린다.
'그래, 이 맛이지.' 하면서 좋아하며 다음으로 가는데 안 보인다. 바람, 구름, 바람, 바람, 바람, 구름도 모자라서 바아아아아람이 몰아친다. 별들이 아이피스 안에서 순간적으로 일주 운동을 시작하고 은하는 숨어서 나올 생각을 안하고 동시에 볼 마음이 바람과 함께 날아갔다. 그래도 구경이 늘었으니 책임감에 좀 더 시라보는데.. 2시쯤 되었을까?
무지개님은 이 걸 어떻게 본거지하는 생각이 뜨는 쯔음해서는 "안봐. 안봐. 안봐." 를 외치고 장판에 온열판넬까지 설치되어 있는 바닥에 이불을 덮고 누워 십분만 쉬기로 한다. ;;
무지개님은 전화 한통으로 언제나 관측을 떠날 때 좋은 관측거리를 주시지만 그 속에 시련이 숨어 있다는 걸 느꼈다..;; 무지개님은 거문고를 습격하셨지만 난 습격을 당했다. 악... ^^;
(그래도 언제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바람을 막는다고 이불에 돌돌 쌓여 정신없이 자고 눈을 떠보니 아침을 먹으라고... ;;;;
<27일 일요일>
밤새 한 개를 보고나니 라면을 드시고 자취를 감추신 강욱님이 부러워졌다. '잠이나 실컷 잘 걸' 이라는 생각과 '하나라도 봤으니 뭐..^^'라는 생각이 교차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오늘 밤에도 나올까?' 였다.
시도는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집에 와서는 뭐 똑같다. 일요일이라 일이 없으니 첫째와 놀아주기, 첫째와 점심 밥먹기, 첫째와 낮잠자기, 첫째와 놀아주기, 첫째와 저녁 밥먹기, 첫째와 놀아주기, 첫째 재우기를 하려는데 나쁜 생각에 취했고 실행에 옮긴다.
보현산에 갈까 산청으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시간이 늦어 금방? 갈 수 있는 산청으로 가기로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열두시가 다 되어 가고 구름 가득한 별아띠의 하늘 아래였다. 보현산 갈 걸하는 생각이 들 긴 했지만 꼭 삼렬성운 내지 석호성운처럼 밭처럼 갈라져 있는 구름을 보면서 마음을 가라 앉혔다..;;
장비를 꺼낼 마음도 들지 않아 꺼내지도 않고 별수없이 강욱님과 보리수를 마시기 위해 암적응을 한다. 암적응을 하니 맥주와 육포가 잘보였다. 먹기 위해서도 암적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구름 하나에 보리수 한 모금, 별 하나에 보리수 한 모금, 육포 하나에 보리수 한 모금을 하면서 이런 저런 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늘이 열린다. 열린 것 처럼 보인다. 쉬고 있는 별아띠 대장님의 18인치의 익숙치 않은 직시형 파인더로 천장에 있는 베일을 찾으려니 쉽지 않다. 가대를 옆으로 돌리는건지 눕히는건지 간당간당한 키로 천장을 가르키고 있는 큰 망원경을 움직이는 게 어려웠다. 또 옆에 있는 비슷한 별무리가 속아서 제법 해맸다. ;; 힘들게 찾은 베일은 별로였다.
52번 별 위쪽 6960의 갈래가 있는 부분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느껴졌다 모르겠다 한다. 스케치를 하려던 강욱님쪽을 보니 의자에 앉아 먼 하늘만 보신다.
"스케치할 수 있는 하늘이 아니네요."
아니었다. 그대로 이불을 덮고 잤다. 이 날은 하나도 못 본 셈이다. 이틀동안 하나를 보고 나니 허탈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나쁘지 않은 이틀이 되었던 것 같다.
뭐 하나 제대로 좋아했던 적이 없는데 별 하나로 처음보는 분이 원래 알고 지냈던 것으로 느껴지고 숯기없는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별 세계에서 여러 사람을 알게 되었지만 묘하다. 사람에게 좋아하는 무언가는 어떤 의미이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지 참으로 묘하다. 별이 뭐라고 이렇게 되버렸는지 별읕 왜 보는지.. 별보기는 더 묘한 것 같다.
출근을 해야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강욱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오고 있는데 해가 또 묘하다. 구름이 해를 둘로 쪼개려하고 있다. 지금 보니 오리같다. ;;;
구름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
"난 태양도 쪼갤 수 있어. 베일 따윈 안중에도 없다구. 하나라도 본 거에 감사해. 알겠냐?"
아침에 일어나 본 티커링 삼각형 구름이 떠오르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
또 언제 하늘은, 또 집안의 하늘은 관측을 허락할지, 같이 허락은 할지, 아니면 나쁜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여건은 생길지 의문이긴 하지만 베일은... 하늘이 허락할 때 다시..벗겨보기로...
다음 번엔 조금은 더 보기 좋을 고도겠지?
이번에 또 하나 느낀 건 볼 대상을 하나만 정해서 가니깐 그 녀석을 못보게 되면 손을 놓게 되던데 대안을 준비하던가 너무 준비한 대상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베일은 베일에 쌓여 그대로 있었지만 다음엔 꼭 베일의 베일을 벗기고 말테다.
장비, 베일, 구름, 바람... 아... 아... 아... 아...... 악!
----------
* 대장님 좋은 여건을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비만 올려져 있으면 정말 최고의 여건일 듯. ^^
* 나이트위드님 이틀동안 본 건 별로없지만, 덕분에 즐거운 이틀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좋은 하늘에서 언젠가 다시 만나길 ^^;
* 쓰고 보니 관측한 것이 없어, 잡스런 글이 되어 버렸네요. ^^;;;
* 아래의 자료를 참고로 베일의 조각들을 볼 생각이었습니다. 베일에 관심이 있으시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1. Beyond the familiar veil, Alan Whitman
1) http://d366w3m5tf0813.cloudfront.net/wp-content/uploads/GD-Sept2011.pdf
2) http://media.skyandtelescope.com/documents/GD-Sept2011-Chart.pdf
3) https://www.rssd.esa.int/hipparcos/pstex/vol14sample.pdf
1)은 베일의 조각들을 관측한 관측기록입니다.
2)는 아래 링크는 관련 성도입니다. 베일 성운이 표기된 성도 중에는 아주 좋은 성도인 것 같습니다.
Millenium Star Atlas의 샘플 중 일부에 저자가 본 영역(A~G)을 표시했습니다.
3)은 저자가 표시하지 않은 Millenium Star Atlas의 샘플입니다. (샘플의 3쪽에 베일 성운이 있습니다.)
2. Dissecting the Veil Nebula, Steve Gottlieb
http://www.astronomy-mall.com/Adventures.In.Deep.Space/Dissecting%20the%20Veil%20Nebula.html
위 텍스트와 관련해 저자가 해당 영역을 찾아본 기록입니다.
(A~G 이외에 I와 J를 추가했습니다. 관련 사진 자료가 별들이 아주 콕 찍어 놓은 것 처럼 표기되어 있어 호핑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1번 자료의 차트에 I와 J 위치에 표시를 하고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 듯 합니다.)
또 참고로 이 홈페이지(http://www.astronomy-mall.com/Adventures.In.Deep.Space/)에저자가 NGC와 IC를 관측하고 기록한 노트가 있습니다. 대단한 것 같습니다. ;;;
* 기념(조강욱님의 사진과 그림을 허락받고 올립니다. )
'천체관측기(Astro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합천 오도산에서의 밤 바람쐬기 (0) | 2016.12.08 |
---|---|
7.31(목) 둔철생태공원 / 베일과 밀당 (0) | 2016.12.08 |
라이트브릿지 암막 제작해봤습니다. (0) | 2016.12.08 |
6.28(토), 둔철생태공원 관측 후기, 북아메리카 대륙 탐방 (0) | 2016.12.08 |
제 딸은... (0) | 2016.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