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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후기] 8.22(금), 8.23(토) 이틀 간의 포상휴가


관측날짜 : 2014. 8.22(금), 8.23(토) 이틀

관측장소 : 산청 둔철산, 별아띠

관측대상 : ngc6709

관측장비 : Meade LightBridge 16인치

기타

 - 둔철생태공원 관측지 관련 사항

 - 돕 발판 테스트

 - 루미콘 UHC, 오리온 울트라블록, 셀레스트론 O3 필터 비교

 - 태양필터 제작

 - 여정 등



안녕하세요. 

둘째를 낳고 나름 애들도 열심히 돌보고 집안일도 부지런히 했더니 포상휴가가 주어졌습니다. 별 고민 없이 이틀 간 산청으로 관측을 갔습니다. 결과는 꽝이었진만요.

6월 28일 북아메리카 성운을 본 뒤로 이 번까지 산청 등지로 총 7차례 관측을 시도했는데 제대로 본 날이 없네요. 


이 번에는 뭐라도 보긴 봐야지 하고 꾸역꾸역 새롭게 본 것은 독수리 자리의 ngc6709 산개성단 하나네요. ^^;;



하늘이 뭐를 볼만한 상황이 아니라 별길라잡이님과 수다삼매경 중이었는데, 독수리 자리 근처가 그래도 조금 괜찮아 보입니다. 뭘 볼까.. 이 번에 스카이사파이로 볼 목록을 정비한 것을 보니 독수리자리는 이상하리 만큼 찾아 본 대상들이 없었습니다. 목록의 가장 위에 있는 대상은 Barnard 142였는데, 안 찾아보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밑에 있는 6709를 찾아봅니다.



<ngc6709> 독수리자리 산개성단

<저자 : Roberto Mura,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NGC_6709#mediaviewer/File:NGC_6709_large.png, 

 라이센스 : CC BY-SA 3.0(참고-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보려고 보니 하늘이 괜찮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 파인더 호핑이 안되서 아이피스 호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힘들게 찾았습니다. 제 성도에 별표시가 없는 걸 봐서 아마 NSOG에서 별 4개나 5개를 받은 대상인 것 같은데 하늘이 하늘이 하늘거리니 별들로 힘없이 하늘거립니다. 산개성단의 별들이 줄을 지어있는 것이 인상적이긴 했으나 그냥 Y자 비스무리하다는 생각 외에는 보이는 별 수도 참말 적고, 별 힘도 없어 보이는 게 저도 힘이 쭉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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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째 날



<둔철생태체험숲 관측지>


둔철생태체험숲 관측지에 도착 전에 근처 관측지도 찾아보다보니 꽤 시간이 지났네요. 

둔철생태공원은 공원 조성 공사가 한참입니다.


전에 왔을 때 밤새도록 켜져있는 공사 관계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적잖히 신경쓰였던 경험이 있어 공사 관계자에게 물어봅니다. 오늘은 괜찮을 거라고 합니다. 


이왕 물어본 김에 몇 가지 더 물어봅니다. 

준공 계획은 이번 달 말(8월 말), 가을쯤부터는 공원 내 천문대에 교수님이 상주하고 동아리가 위탁 운영도 한다고 하니.. 관측지로 활용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공원 내에 가로등도 많던데 다 켜지면 관측지로는 아마 어렵겠죠. ㅠ


장비를 꺼내고 봐도 아직은 여유가 있어서 스피어 타이어도 빼보고 차 분해? 도 해가면서 수납 방법을 이리저리 바꾸어 봅니다. 기존에 하는 것이 제일 나았습니다. ;; 장비도 잠자리도 셋팅하고 나니 신이 납니다. 오늘 하늘에 잔뜩 기대하면서요. ㅠ




<발판 테스트>


이번에 준비한 발판을 테스트해봅니다. 딱입니다. 첫째가 가지고 노는 빅블록 구성품 중 테이블 부분인데 높이나 넓이가 관측 발판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얼라꺼를 빼앗은 기분이 들어 조금 마음이 불편하긴 했지만요.;; 업체에 전화를 해봐야겠습니다;;; 따로 구매가 되는지... (햇님토이에 전화를 해보니 따로 구매가 가능하네요. 8000에 배송비 2000까지 10000원을 썼습니다만... 추가내용 : 받아보니 새제품은 구조가 변경되었네요. 확인해봐야겠지만 발판으로 사용하기 조금 불안한 듯 합니다. )



8시가 넘어가니 아크투르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등 밝은 별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합니다. 얼마 안 있어 별길라잡이님께서 도착하십니다. 하늘은 이미 맛이 가고 있는 상황... ;; 기상정보를 확인하니 암울합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죠.


오늘 목표도 이 번 여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 베일 조각 보기였습니다. 52번 별이 보일 때 부터 시작을 했는데 노필터로는 보인다고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루미콘 UHC, 오리온 울트라블록, 셀레스트론 O3 필터 비교>


요 근래, 날씨가 이러니 지름신이 강림하셨었습니다.
억누르고 억누르고... 했지만, 루미콘 UHC, 셀레스트론 O3필터가 어느새 악세사리 가방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베일을 보며 이 필터들과 가지고 있던 오리온 울트라블록을 비교해보기로 합니다. 


가장 먼저 울트라블록을 끼니 서베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모습만 드러냅니다. 

필터를 바꿔서 셀레스트론 O3를 끼워보니 좀 더 진하게 보이긴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루미콘 UHC를 끼웠습니다. 압승! UHC를 지른지 얼마 안있어 울트라블록과 UHC를 모두 보유하고 계시는 무지개님께 질문을 했었는데, 무지개님 말씀처럼 울트라블록이 더 진하게 보이긴 했지만 탁했고 루미콘 UHC가 더 예리했습니다. 또릿또릿하다고 할까요? 별상도 별색도 UHC가 좋았습니다. 괜히 필터계의 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쯤되니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루미콘 O3가 손짓하고 있네요. 조금 더 참아보기로 합니다. 루미콘 O3는 한번 볼 기회를 가지고 다시 생각하기로 마음을 누그러트려봅니다. 


정리하자면 오리온 울트라블록과 셀레스트론 O3 필터는 성운기를 진하게 살려주지만 배경과 별상이 어느 정도 탁해진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루미콘은 한마디로 깔끔했습니다. 배경 밝기와 색도 노필터와 비슷하고 별상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완소 아이템이 될 것 같았습니다. 좋은 하늘에서 몇 번 더 테스트해보고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면 두 필터는 처분하던가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두 필터가 더 진하게 보이긴해서 검출에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한데... 고민이 됩니다. ;; 



<아이피스의 성능?>


아이피스는 Bresser 32mm 70도와 ES 24mm 68도를 비교해봤는데 저 번 관측때 느꼈던 것 처럼 ES 24mm가 더 잘 보였습니다. 초점거리로만 봤을 때는 32mm가 더 잘 보일 것 같은데 그 반대인 까닭을 아이피스의 광학적 성능일 것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저배율 광시야 아이피스 지름신도 북받쳐... 오르고 있습니다. 요 며칠 31mm 나글러 매물이 나왔을 때 잘 눌렀는데..;; 저배율 광시야 아이피스는 사실 그리 자주 쓰는 편이 아니라 고민이긴 하지만... ES 아이피스로 하나 장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베일은 여태껏 본 것 중에 제일 안보이고 구름은 더 몰려오고 해서 별길라잡이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하늘소개님께서 가족들과 함께 CCTV를 테스트하러 오십니다. 수다에 빠져있다가 하늘이 조금 아주 조금 괜찮아 보여서 독수리에 6709를 찾아 봤더니 더 관측할 맛이 나지 않습니다. 그때 쯤 길지 않은 시간 계시다가 하늘소개님께서 철수하십니다. 이어서 별길라잡이님도 철수하시고 나니 구름 아래 저 혼자입니다.



<캠핑모드>


예보가 좋았기 때문에 무지개님도 나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톡을 해보니 역시나 보현산에서 혼자 남으셨다고 합니다.


카톡을 하며 본격적으로 캠핑모드로.. 가사에 충실하는 동안 못 먹었던 보리차?를 열심히 마시고... ^^;;


장비를 나두고 자려다가 습기에 가대가 터질 수도 있다는 카톡에 정신이 번쩍! 철수하고 꿈나라로 갔습니다.


잠결에 파란하늘에 달이 있는 것도 봤는데 정신이 없어서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하고 푹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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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



<간디학교와 히치하이킹>


아침햇살에 눈을 뜹니다. 텐트는 비닐하우스가 되어버려 너무 덥습니다. 자리를 옮겨 차에서 계속 잤습니다. ;; 미적거리다 열한시가 되서야 정리하고 철수했습니다. 속이 조금 쓰리기도 하고 출출하기도 하니 국밥이 생각납니다. 검색 결과 근처 신안면사무소가 있는 원지에 국밥집이 있네요. 둔철산로를 쭉 내려가는데 학생 두명이 히치하이킹을 합니다. 어제 올라올 때도 학생 여러무리가 히치하이킹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무슨 미션을 수행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시간도 많고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차를 세워봅니다.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이네요. 울산, 인천에서 왔다고 합니다. 간디고등학교 학생들은 읍내에 나가려면 10시 30분 쯤에 버스를 타야하는데 그때를 놓치면 나가기가 힘들어 히치하이킹을 한다고 합니다. 학교의 문화라고 하는데 조금 이색적이었습니다. 위험하지는 않을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간디학교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학교에 다녀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 해보였습니다.



<내 사랑, 돼지국밥>


학생들은 원지에 내려주고 국밥 한그릇 합니다. 원광돼지국밥이라는 곳인데 나름 맛집인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국밥에 있는 고기가 껍데기가 있는 흑돼지였습니다. 국물까지 쏙 먹으니 든든합니다. ^^ 전 국밥은 언제 먹어도 너무 좋습니다. 



배가 든든해지니 제 몰골이 보이네요. ;; 좀 씻어야 할 것 같아 찾아보니 인근에 목욕탕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니 대충 어딘지 알 것 같아 자신있게 차를 몰았는데 안 가집니다. ;; 일방통행 길이 주변에 많아 길을 좀 헤맸거든요. 헤매다 보니 어느새 경호강변 드라이브를 하고있었습니다. 



<별을 함께 담고 싶은 다리를 만나다>


경호강변에서 아주 멋진 다리를 만납니다. 


사람이 다니는 다리라 자동차 불빛에도 조금 자유로울 것 같고 언제 시간이 되면 일주사진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찾아간 목욕탕은 아주 시골스러운 작은 목욕탕이었습니다. 



든든한 속으로 뜨뜻한 탕에 있으니 힐링이 따로 없었습니다. 목욕을 하고 나서도 시간이 조금 있습니다. 




<남사예담촌 둘러보기>


아름다운 마을 1호라는 남사예담촌을 가봅니다. 더워서 차 안에서 대충 훑어만 봐도 멋드러진 고택들이 마을을 멋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태양 보기>


시간에 맞춰 연수를 들으러 갔습니다. 오늘은 태양 관측을 한다고 해서 장비부터 셋팅을 합니다. 태양은 보이긴 했습니다. 보이기는요.. ;; 




<태양 필터 만들기>


그래도 관측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 태양 필터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대충 10분도 안걸려서 기능에만 충실한 코망용 태양필터를 하나 만듭니다. 사이즈를 몰라서 혹시나하고 검색해봤더니 코망CT님께서 올려주신 글이 있네요. 역시 대단한 별하늘지기였습니다. 코망CT님 참고 잘 했습니다. ^^


다른 분들께서 공들여만드는 걸 멍하니 지켜보다 보니 조금 지루합니다. 하나 더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코망용까지 만들어서 16인치 빼고는 가지고 있는 경통들은 다 제 짝이 생겨서 파인더 용을 하나 만들어봅니다. 이건 공 좀 들였습니다. ^^;


태양필터 틀을 시안보드(양면칼라폼보드)와 검정 종이테이프로 만들었는데 괜찮은 소재인 것 같습니다. 위에 코망 필터를 보시면 대강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이 오실겁니다.   


필름은 Thousand Oaks사의 Black Polymer Solar Film 인 것 같았는데 흐린 구름 뒤의 태양만을 봐서 정확한 비교는 어려웠지만 Baader사의 은박지? 필터보다는 투과율이 꽤 떨어졌습니다. 



<ISS와의 조우>


한참을 만들고 공부했더니 저녁 먹을 시간, 별아띠에서 저녁을 아주 맛있게, 거하게 먹고나니 어두워집니다. 하늘은 아무 것도 안 보일 하늘은 아니었지만... 날이 어두워질 수록 안개와 연무.. 그리고 구름들로 삐리삐리할 것 같습니다. 또 빨리 가야한다는 생각에 16인치는 차에서 쉬기로 합니다.  


내려와 간디중 운동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뭐가 밝은 것이 쓰윽쓰윽 지나갑니다. 

딱 봐도 ISS 느낌. 근데 이상하게 ISS탐색기 어플을 실행하니 정보가 안뜨네요. 아마 관측위치가 잘못 지정되거나 다른 문제로 이미 지나간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나간 건 안보이는 어플의 특성상 정보가 보이지 않았겠죠. 


집에 와서 홈페이지로 보니 해당 시간이 맞네요..광도가 무려 -3.2, 빠르게 움직이는 목성이나 금성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보를 보니 며칠 안에 또 볼 수 있네요. (해당 시간은 진주시 기준입니다. 위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지난 번에 ISS관측에는 성공했지만 촬영에는 실패한 적이 있었는데(http://cafe.naver.com/skyguide/127720), 미리 알았더라면 관측이나 촬영 시도를 해봤을텐데... 아쉬웠지만, 그냥 맨눈으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대상입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꼭 한 번 시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 IOS용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안드로이드용으로 국제우주정거장 탐색기(ISS Detector)라는 어플이 있는데 좋습니다. 활용해보세요. 

(소개글 : http://cafe.naver.com/skyguide/128505)




<적도의+굴절 조합 호핑하기>


오늘 관측 장비는 다른 분께서 가져오신 4인치 f10 아크로매틱 굴절과 적도의 조합입니다. 장비를 설치하고 함께 관측을 시작합니다. 하늘은 도시에서 달 없는 날 보이는 별들 정도는 연무와 안개 뒤로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토성을 가장 먼저 보는데 토성과 화성이 나란히 서쪽 산 위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두 녀석 모두 잠시 안녕해야 할 만큼 낮았습니다. 카시니도 잘 안보였지만 신기해하시는 소리에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또 뭐를 볼까하다가.. M13을 봅니다. 100배에서는 너무 어두워 40배로 보는데 희끄무리한 솜뭉치, 딱 그랬습니다. C11으로도 봤었는데 분해는 되어보였지만 성단배경?에 솜뭉치가 있게 보였습니다. M13을 이렇게 봐야하다니... ㅠ


M13을 흘려 보내고 뭘 볼까하다가 M39를 찾아봅니다. 있어야 할 위치에 30mm 파인더에서 안보이네요. 30mm라도 보여야 할텐데.. 할 수 없이 호핑을 해봅니다. 적도의로 천장에 있는 대상을 호핑하려니 흔히 말씀하시는 서커스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무릎이 까질 것? 같았습니다. 으메..


또 직시형 파인더를 안 쓰다가 쓰다 보니 조금은 낯설어 불편했습니다. 이건 기본?이니 조금 익숙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이다.


그래도 호핑할 만큼은 파인더에서 별들이 보여서 위치를 잡고 보니 보입니다. 40배에서는 나름 이쁩니다. 듬성듬성 있어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없는 걸로 알고 있지만.. 가장 먼저 낙서해 본 대상이 M39일 정도에 나름 좋아하는 대상입니다. 조금 더 보고 있으니 30mm 파인더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별빛도 더 밝아지니 더 예쁩니다.


다음으로 M11(야생오리성단)을 찾아봅니다. 

최근, 집 베란다에서 5초 노출로 찍은 사진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모양이 보였던 경험이 있어 기대하며 찾아봅니다. 구상성단에다가 별 소금 몇개 뿌려 놓은 느낌입니다. 기대만큼 보이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하늘을 보다보니 언듯 생각이 스쳐갑니다. 


M13, 11이 솜뭉치처럼 보였을 때도 '이게 뭐야'가 아니라 '좋다', M39가 파인더에서 안 보여도 '귀찮아'가 아니라 '뒤져보자'는 마음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때쯤 해서는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최근에 안 좋은 하늘 아래서 특별히 새로운 대상을 찾을 생각을 안해봤었거든요. 



<하늘의 선물, 대박 화구>


어느 시점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뭘 볼까하면서 하늘을 보고 있는데!
절로 와아! 와아! 와!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와를 열번쯤 외치는 동안 화구가 떨어졌습니다.
슈슛슈슛슈슛슈슈슈슈 파앙! 소리는 안들렸지만 포병으로 군 시절 훈련 때 들었던 포탄 날라가는 소리가 연상되었습니다. 터지는 순간 올챙이처럼 커지면서 테두리가 청록색으로 빛나는 게 아주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생애 두 번째이자 가장 강렬한 화구였습니다. 화구를 처음 본 건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집 근처 산에서 간단 관측을 할 때였고 이번에도 하늘이 안좋았으니.. 구름 낀 하늘에도 불구하고 찾아준 별지기에게 한 번씩 하늘이 선물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엔 꼭 소리까지 듣기를.. ^^



어떻게 어떻게 관측을 하고 C11으로 고리와 정말 베일에 쌓인 베일을 보고 시계를 보니 열한시가 다 되갑니다. 7시에 출발했어야 하는데... 별들이 흐리니 제 정신도 흐려졌나봅니다. 급하게 집으로 출발.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이틀 간의 휴가는 나름 별천지였습니다. 행복합니다. 


자유스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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