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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철 관측후기] 14.11.26(수) / 밤하늘 별빛 아래의 푸근함


- 관측일자 : 2014.11.27(목) 00:00~03:30 
- 관측장소 : 둔철 생태공원

- 관측장비 : 미드 라이트브릿지 16인치, 필터 등
- 관측대상 : 말머리 성운(IC 435), IC 423, IC1848(태아 성운), IC1805(하트 성운), NGC1499(캘리포니아 성운), M31(안드로메다 은하), 장미 성운(NGC 2244),  NGC 2264 등

- 기타 : 가대 개선



안녕하세요.


지난 주 수요일 밤에 둔철생태공원으로 관측을 나갔습니다. 


10월 26일에 관측을 나간 후 딱 한달 만의 관측이었습니다. 

관측할 날을 찾기 어려웠던 6,7,8,9월에도 한달에 두번 이상은 나갔었는데, 이번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틈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밤하늘 별빛 아래에 서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가슴과 머리 속에 쌓여있던 찌꺼기들이 스물스물 풀려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 건 별로 없지만 기분만은 정말 최고였던 그 날의 관측기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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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8일 화요일, 회식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회식 장소로 향하는데 하늘이 너무 투명하고 좋다.


하지만 이번 주는 하루종일 집을 비우는 날이 이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나갈 수 없다.

'그래도 시도는 해야봐지. '

술맛이 싹 달아난다.


집에 돌아와서 슬쩍 말을 던져본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네. 오늘 같은 날 못나가면 너무 아쉬워서 잠이 안오더라."

"나갈려고?"

본전도 못 찾았다. 


이 덕에 날이 좋았던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몰래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고,

구름과 비가 한 줄로 있는 그 다음 주 일기예보는 더욱 나를 처지게 했다. 


일주일동안 가화만사성을 실천하면서 본전은 회복한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자연히 일기예보에 손이 간다. 


'아싸!'

하늘이 날 버리지 않았다. 다음 날인 수요일 스마트폰 속 햇님이 방긋거리고 있다. 


나가는 날에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이곳 저곳 깨끗히, 구석구석 꼼꼼히 집을 돌보고, 쌀뜰히 아이들을 재운다.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이 든다. 


가는 길, 거창쪽으로 관측을 나가신다는 스바루님께 연락을 해보지만, 

바쁘셔서? 원활한 연락이 안된다. 

어느새 분기점을 지나고 산청으로 향한다. 



관측지에 도착하니 23시 10분 쯤, 차에서 내려 늘 그랬던 것 처럼 하늘을 올라다 보는데...


'아, 너무 좋다. 정말 좋다. 아...'


평소와 보이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정말 무언가 벅찬 행복감이 몰려온다. 


밤하늘 별빛 아래에 서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가슴과 머리 속에 쌓여있던 찌거기들이 스물스물 풀려 녹아내리는 느낌이랄까? 


한 동안 하늘 한 번 보고, 조금 걷고, 또 하늘 한 번 보고, 또 조금 걷고... 하늘 한참 보고, 조금 걷고...

관측지를 서성이며 별빛의 푸근함을 느껴본다. 


'아, 기분 최고다.'


장비를 차에서 내리고 가대를 내려놓고, 주경부를 올리고, 냉각팬을 돌리고, 트러스트를 설치하고, 어퍼케이지를 올리고, 암막을 설치한다. 


암막을 두르려고 암막을 집었는데 벌써 젖어있다. 

오는 길 가로등 불빛에 어려있던 물기가 여기에도 있나보다. 



파인더 앞과 뒤, 아이피스, 사경에 작은 핫팩을 붙이고 암막을 두른다. 


쉬는 동안 문제가 있던 가대를 조금 더 잘랐는데, 방수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걱정이 된다. 


'뭐, 어떻게든 버텨지겠지.'




■ 자른 가대 테스트 등 



장비를 사자 마자 자른 가대는 하판과 상단을 같은 크기의 사각형 형태, 같은 모양으로 만날 때는 습기 방지 차 아래위 모서리에 순간접착제를 바른 것이 문제가 되어 일정 정도 이상의 고도에 있는 대상을 볼 때는 잘 안돌아갔었다. 



한 모서리 당 1000원 씩 4000원을 주고 자른 가대를 돌려보는데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


'아, 4000원에 맡기기만 했었는데. 괜히 고생했네. 귀찮아 하는 걸 그만두긴 해야하는데... 그래도 뭐 잘 돌아가니 됐어.'



해외에서 중고로 구한 OIII필터도 테스트 해보는 데 어떻게 쓴 건지 나사산이 달아있다. 


헐렁...


아이피스에 꼽다가 떨어트릴 뻔 한다. 


멘붕... 해외라 반품하기도 귀찮고 어떻게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UHC필터에 꼽아보니 UHC필터에는 잘 달린다. 

희안하다. 

아이피스-UHC-OIII로 관측하기로 한다. 


UHC필터 라인을 두개 가지고 있으니 일단 이렇게 조금 더 써보고 너무 불편하면 저렴한 2인치 필터를 하나 구해서 링만 쓰거나 아니면 광해필터를 하나 구해서 아예 결합해서 보관해야 겠다. 


82도 30mm 아이피스도 확인해 본다. 괜찮다.



30mm 아이피스를 꺼낸 김에 지난 관측에서 허무하게 보였던 말머리를 다시 한번 보기로 한다. 




■ 관측기록



<B33,말머리 성운>


30mm에 H-beta필터를 끼우고 본다. 지난 번 만큼 잘 보이진 않았지만 꽤 밝게 보인다. 

노필터로 도전을 해보니 14mm로 보는 것이 배경이 적당히 어두워져 그나마 식별이 용이하다. 



필터, 아이피스 등을 바꿔 가며 말머리 성운을 이리 저리 보고 있는데 궁수님께 전화가 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얻어먹기 위해 여쭈어 본다. 


"궁수님, 뭐 볼까요?"

"IC423 한 번 보세요. 1999 열쇠구멍에도 도전해보시고요. "

"네, 감사합니다."



<IC423>

* sky-map.org, 0.5도 추출


궁수님께서 말씀하신데로 노필터로 보는데 길이가 있는 희미한 성운기가 느껴진다. 

혹시나 몰라서 필터를 끼고 보는데, 노필터보다 더 잘보인다. 

전체적으로 6과 비슷하게 보이고, 사진상의 도깨비불 모양의 우측변이 상대적으로 더 잘 보인다. 



들여다 보고 있는데, 무지개님께 전화가 온다.


"뭐 볼까요?"

"IC423 암흑대에 도전해보세요."


IC423보고 있다고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암흑대까지 보라고 하신다.



도전!!!



실패!!!



암만 봐도 암흑대는 확인이 안된다.   

 




뭘 볼까 하다가... 오랜만이라 그런지 계속 보던 걸, 또 보고 싶다.



IC1805(하트성운)은 전체적으로 하트 모양을 그릴 수 있고 끝 부분의 NGC는 암흑대도 꽤 잘 보인다. 


IC1848(태아성운)도 배와 팔, 엉덩이, 얼굴 부분 등 전체적인 모습이 확인된다. 


NGC1499(캘리포니아) 성운도 꺽이는 부분 등의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M31, NGC206, 안드로메다 은하>

 

안드로메다 은하를 보면 항상 M32, M110을 찾고 암흑대 두 줄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는데, 오늘은 어디까지 은하가 뻗어있는지 보고 싶어진다. 


'어디까지 가나? 아직 조금 더네. 조금 더.'


좌우상하로 쭉 가다 보니 M110과도 거의 붙어 있는 느낌이 든다. 

훑어보다 보니 왠 구름 덩이가 하나가 놓여있다. 


'오~ 이게 뭐지? 완전 신기하다. 우히히히'


후기를 쓰면서 확인을 해보니 NGC206이다. 안드로메다를 뜯어보겠다는 생각을 안해봐서 알지도 못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왜 이걸 이태 못봤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안드로메다까지 보고 나니 이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을 위해 가볼까? 에이, 그래도 나왔으니 새로운 거 하나는 보자.' 




장미 성운으로 향한다. 



<NGC2237, 장미 성운>


* sky-map.org, 1.7도 추출


OIII필터를 끼고 본다. 꽤 잘보이는 성운이다. 사진의 상단이 전체적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가장 잘 보이고, 사진의 왼쪽은 역동적인 곡선으로 꺽여있는 Y자 형태가 재밌다. 오른쪽 성운기도 꺽이면서 비쭉 나오는 성운기가 인상적이다. 머리 속에 대상을 넣고 세심하게 관측하면 상당히 흥미있는 대상일 것 같다. 


* 번호를 매기려다 보니 참고할 만한 자료가 있어 퍼옵니다. (출처 : wikipedia.org)

장미 성운 영역은 NGC 목록에 2237, 2238, 2239, 2244, 2246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중 NGC 2244는 장미 성운의 중심에 있는 산개 성단으로 나이는 약 3백만년 정도이다. NGC 2239는 NGC 2244를 잘못 확인한 것으로 동일한 산개성단이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다. NGC 2237, 2238, 2246은 천구 상의 위치는 약간씩 다르게 지정되었지만 결국 하나의 성운을 나타내는데, 이는 관측 기술의 한계 때문에 발견 당시에는 이들이 하나의 천체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운 전체를 나타낼 때는 NGC 2237을 주로 사용한다.



장미 성운 옆에 2264까지 보고 관측을 접기로 한다.



<NGC2264> 

* sky-map.org, 1.3도 추출


사진의 가운데에 보이는 파란색 성운기가 가장 잘보인다. 하단의 Cone nebula는 안보인다.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기로 하고 관측을 접는다. 




장비를 치우는 데 정말 습기가 줄줄줄이다. 

돌아오는 길에 스바루님께 연락을 해보니 습기 때문에 관측지를 세군데나 들리셨다고 한다.

덕산재가 가장 습기가 덜하더라고....


스바루님 이야기를 들으니 그래도 버텨준 광학계들이 고맙다. 


오랜만에 별빛을 쏘이니 참 좋다. 피곤하지만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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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에 취해 현장에서 관측 기록을 전혀 안했더니 관측기를 쓰려니 불편하네요. ^^;;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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