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산 관측후기] 15.1.10(토) 특별한 방문자 러브조이, 백년해로 노인성
안녕하세요.
올해 첫 건물 밖 관측을 가까운 불모산에서 간단히 해 봤습니다.
* 쓰기 편하게 쓴 점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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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은 쉬는 달이다. 지난 달에 끊어진 발목 인대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틀 전 퇴원을 했지만 두 발로 땅을 밟지 못하니 망원경 설치가 안된다. 운전이 힘들 뿐더러 목발을 가지고 별 보러 나간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겠다.
날씨도 좋고, 혜성도 밝다는데 아쉽다. 속상해하고 있는데 구멍이 하나 보인다.
지난 번 불모산에서 창원 야경을 찍어 왔을 때 아내가 "나는 언제 한 번 보겠노." 했던 게 떠오른다.
"여보, 퇴원 기념으로 야경 보러 가자."
막무가내로 나가자는 남편이 조금 못마땅한 듯 보이지만 기꺼이 나서자고 한다.
목적지는 불모산, 산을 오른다.
처음 우리를 반기는 것은 약간 부족한 듯한 김해 야경과 떠오른지 얼마 안된, 산 위의 달이다. 일어나기 싫은지 아직 누워있는 하현에 가까운 달은 오묘하다. 아내도 마음에 들어한다.
"와, 멋지다."
창원 야경은 아내의 들뜬 목소리를 부른다. 다른 곳에서 밤의 창원을 본 적이 없지만 이 곳에서 보는 창원의 야경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도시의 정돈된 빛무리는 창원 근처 높은 곳 어디서나 볼 수 있겠지만 창원의 중심길, 창원대로가 가운데를 가르며 곧게 뻗어 있는 모습은, 이 곳에서만 보일 것 같은 이 모습은, 반듯함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갈림길의 관측지를 뒤로 하고 정상 중계소 앞으로 올라간다.
도착하자 마자 철탑 바로 옆으로 꽤 밝은 별똥별이 환영의 폭죽을 터트려준다.
차에서 내려 깁스한 발을 들고 차에 기대 서본다.
외로이 서 있는 작은 소나무 아래로, 산자락, 산자락 아래로, 진해의 빛과 바다가 보인다.
왼쪽의 진해의 야경은 창원의 야경보다 단조로운 색이지만 옹기종기 모여있어 그런지 더 밝아 보인다. 바다인지 모르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남해바다 위에는 거가대교가 떠있다. 조금 멀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겨울의 왕자, 오리온이 빛나고 있다. 출발 전 오리온자리를 기준으로 기억 해둔 혜성의 위치로 눈을 돌린다. 달빛 때문에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맨눈으로도 보이긴 보인다. 50mm 파인더를 들어 혜성을 보니 충분히 밝다. 병원 옥상에서 휠체어에 앉아 볼 때보다 많이 밝아 보이진 않지만, 구경이 아쉽긴 하지만, 특별한 천체를, 나에게는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과 함께 보니 더 아름답다.
적어도 이 곳에서, 이 시간에, 이 장비로 봤을 때는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더 밝고 더 크다.
아내에게 파인더로 보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고 위치를 포인터로 가르키니 금방 혜성의 빛을 눈에 담는다. 큰 감흥은 없어 보였지만 말이다.
플레이아데스, 달 등 파인더로 볼 만한 대상을 훑어보고 거가대교의 빛을 한참 쳐다 보다 보니 낯설지만, 밝은, 알 것 같은 별이 다리 위에 떠있다.
운이 좋게도 남중한 시간에, 떠 있는 곳 근처를 본 것이다.
보고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던 카노푸스, 아니 노인성이다. 노인성은 생각보다 밝다. 저렇게 낮은데도 꽤 밝다.
차에 있던 아내를 불러 노인성을 같이 본다.
알콩달콩 백년해로 할 수 있을까?
카메라를 안 챙겨 아름다운 야경과 별풍경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눈 속에, 마음 속에 또 다른 아름다움을 남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온다.
발 아래 도시의 빛무리, 멀리서 잠시 온 특별한 방문자 러브조이 혜성, 백년해로 노인성, 짧았지만 특별한 관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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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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