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큰 달빛.
오늘 보름달이 올해 보름달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하네요.
슈퍼문이라나, 으뜸달이라나, 근지점 보름달이라나.
다른 보름달보다 14퍼센트 더 크고 30퍼센트 더 밝다나요.
베란다가 남서향이라 베란다에서 달 보려면 1시가 넘어야 해요.
기다리기 힘들었어요.
작은 베란다에 있는 작고 가벼운 망원경을 한 손으로 살포시 들었어요.
배터리, 아이피스는 주머니에 가볍게 넣고 옥상에 올랐습니다.
작은 망원경이라도 보름달빛은 눈부시게, 눈아프게 보여주네요.
재밌어요. 달 조금 봤다고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네요.
토끼랑 메기랑 공차는 아이를 겹쳐 보고요.
고양이와 개와 배꼽도 그려봤어요.
해님도 보이네요.
바다와 산맥과 계곡과 구덩이도 보고요.
그림으로만 본 낯선 옛 사람 이름도 떠올려봅니다.
달이 지구(옥상 구조물)에 가리는 월식까지 제대로 즐겨봅니다.
쿠키 만들고 텐트 치고 뭐하다 보니 집 애들이랑은 못 봤어요.
자기 전에 화장실 쪽을 가리키며 달님 저기 있으니 달님한테 이야기해보라 했어요.
소원을 서로 먼저 빌겠다고 싸우고 난리였어요.
소원이 43개쯤 있었는데,
저라도 대신 전해줄 수 있어 다행이네요.
달님이 들어줄 필요 없는 아주 적나라한 소원이었지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아삐가 선물 사줄게. 언젠가는.
맛난 간식도 계속 쟁겨 놓을게.
언니가 꼬집고 때리는 거 잘 말릴게.
너도 언니 못 괴롭히게 더 노력할거야.
근데 너만 좋아하는 건 들어줄 수 없어.
그리고 이제 업어서 재워 달라고 하지마.
구석탱이에서 포대기 찾는다고 아빠 애썼어.
무거워서 흘러내리는 너 업는다고 ㄱ이 되는 줄 알았어.
사실 오랜만이라 좋긴 했지만 허리는 지금도 쑤셔.
무엇보다 건강하자.
서로 돕고 예쁘게 말하는 사이좋은 우리 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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