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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주간은 달도 덜 찼고 하늘도 깨끗했습니다.

5월 치고는 아주 훌륭?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 주간의 끝무렵, 집 뒤 불모산에 올라 안시 관측을 했습니다.   


새벽 SQM 수치가 19.4 정도였는데 옅게나마 여름은하수가 보였습니다.

뜻 밖에 보는 은하수라 더욱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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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산 관측후기] 17.05.03.  뜻 밖에 은하수!


- 관측일자: 17.05.04(일)  00:30 ~ 03:20

- 관측장소: 불모산(02:37 SQM 19.42)

- 관측장비: GSO" Dob(FL 1200mm), ES 100도 9mm(133X, 0.75도, 주 관측), ES 100도 14mm(86X, 1.16도), ES 82도 30mm(40X, 2.05도) 아이피스 등

- 관측대상: M57, M4, M13, M92, 6210, Xi Bootis, M3, M5, M53, 24 Com, Melotte 111, M51, La Superba(Y Cvn), Alcor & Mizar, Sheliak(거문고 베타별), M80, Garnet Star, M6, M7, M8, M24, M17, M20, M21, M18, M16 등



- 베란다 목성 보기

스카이사파리를 켠다.

목성을 찾아 시뮬레이션 한다.


Wed May 03, 2017  11:15:19 PM

S 195º 01’ 13.3” Alt +49º 09’ 07.9”


195도, 집 베란다에서 목성이 보이는 각도다.

오늘은 11시 15분부터 목성을 볼 수 있다.  


베란다 창을 열수 있을 만큼 연다. 뒷 베란다 창도 조금 연다.


23시. 판, 노트북, 포커서를 가져다 놓는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선들을 여기저기 구멍에 꽂는다.


Exposure 100ms, Gain 600, L Filter 셋팅.

파인더로 목성을 찾는다.


시야 확보를 위해 창에 거의 붙여놓은 망원경은 자세를 강제한다.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오른다리는 펴고, 왼 무릎은 세우고, 오른 손은 망원경을 잡고, 왼 손은 적도의 고정나사 위에 둔다.


이러저리 움직이다 보니 큰 빛덩어리가 몇개의 작은 빛과 함께 화면에 보인다. 레티클 가운데 조심스레 빛덩이를 넣는다.

이제 가장 떨리는 순간.

노출을 5ms, gain을 310으로 둔다.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시상이 좋다.

아주 최상은 아니지만 이 정도 상은 오랜만이다.


광축을 확인하고, LRGB 필터별 노출을 조절하고, 자질구레한 촬영 조건을 정하고, 스타트!

3세트 쯤 화면을 뚫어져라 본다. 시상이 괜찮으면 모니터로 목성을 봐도 참 볼만하다. 대적반이 없어도 인상적인 패스튠과 줄무늬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 불모산으로

여유가 생겨서 휴대전화를 확인해본다.

한아천 경남지부의 수안이아빠님께서 불모산에 올라가 계신다는 글이 보인다.


마음이 꿈틀거린다. 마침 8인치 돕도, 아이피스 통도, 관측의자도 모두 차에 실려 있다. 무엇보다 결재권자가 깨어있다.

밴드 게시물을 보여주니 흔쾌히 결재를 해주신다. 유후~!


테마는 그냥 도시에서 쉬엄쉬엄 밤하늘 별빛 아래에 있기!


내복 바지와 파카를 덧 입고 출발한다.

불모산은 지난 16년 12월 초에 가고 처음이다.

밝은 곳이지만 별빛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차오른다.

설렘과 꼬불길이 시간을 늘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15분 만에 삼거리 도착!


수안이아빠님과 인사를 하고 돕을 설치한다.

가대 꺼내 놓고, 경통 톡 꽂으면 설치 끝.

수안이아빠님께 드라이버를 빌려 광축도 맞춰보고 북극성으로 파인더 정렬도 한다.




- 별빛 느끼기 시작!!


반가운 별자리와 인사를 한다. 거문고의 M57, 전갈의 M4를 빠르게 훑으며 간단히 안부도 묻는다.


수안이아빠님께 혼잣말을 종종하니 놀라지 마시라고 전하고 관측을 시작한다. (관측기록으로 중얼중얼 녹음을 합니다. ^^;;)


00:31

“M57, M4 보고, M13을 본다. 30mm로도 멋지다. 9mm로 M13 보는데 확실히 배율을 올리니까 보는 게 좋네. 분해는 되는데 전체적인 밝기는 떨어지네. 프로펠라도 보인다. 예쁘다. 주위에 퍼져나가는 별무리들. 주변시를 활용하면 왼쪽 아래 파져있는 것 같은 부분, 그러니까 얼핏 살짝 작은 벤츠로도 보이는 부분과 진짜 벤츠도 윗 쪽에서 구별이 되네.”



이 곳에선 대충보면 보이는 프로펠라가 아니라 한참동안 M13의 빛 무더기에 주변시를 너무 많이 흘렸다. 초장인데 힘이 쭉쭉 늘어진다.


근처 6207로 돌려본다.


00:52

“6207, 보인다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수안이아빠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가만가만 있는데, 집에서 혼자 목성을 찍었을 망원경이 생각난다.


00:54

“목성, 4.7mm(255x)로도 상이 서고 위성이 한편에 3개 반대편에 1개 보이는 게 인상적이고 인상적인 패스툰, 적도의 패스툰들도 보인다. 남극 쪽 두꺼운 띠의 얼룩들. 저기 저기 꿈틀거림. 반점들. 멋지다.”


남아있는 집중력을 목성에 거의 다 쏟는다. 벌써 관측 막바지 느낌이다. 의자에 기대 있다가 다시 돕을 흔들어본다.


01:08

“M92, 파인더로도 보이고, 생각보다 잘 보인다. 좀 작아서 그렇지. 분해는 되어 보인다.”


불모산에 출몰하는 짐승들 이야기를 하다 관측을 재개한다.


01:19

“6210, 별이 아닌 무언가. 행성상성운.”


조금 쉬어갈 겸 별을 찾아본다.


01:24

“Xi Bootis, 이중성인데 밝은게 약간 노란빛이 나는 주황색. 어두운 별이 더 짙은 주황색.”


01:38

“M3, 맨눈으로 보이는 길잡이별이 보일랑 말랑 하는데 보이긴 하고, 파인더로도 보이고 잘 보인다. 멋있다야.”


기대를 낮추고 그냥 보니 더 예뻐보인다.


01:42

“M5, 긴 삼각형 모양을 한 세 별 사이에 끼어있는 형태고 멋지다.”


대상 주위의 별배치 보는 게 이상하게 재밌다.


01:43

“M53, 길잡이별은 잘 보이고, 그니깐 그나마 잘 보이는 편이고, 파인더에서는 흐릿하게 보이고, 반점들이 느껴지고 안에 별 몇 개가 분해된다. 전체적으로 솜뭉치.”


01:51

“머리털자리 24번 별(24 Com), 이중성이고, 밝은 건 주황색, 어두운 거는 약간 초록색. 근데 보다보면 어두운 게 색이 헷갈린다. 노란색 같기도 하고. 흰색 같기도 하고. 첫눈에는 초록색인데 이상하네.”

* 찾아보니 봄철 알비레오로 불리는 이중성이었다.


힘들다. 좀 쉰다. 만만해보이는 대상을 찾아본다.


02:01

“머리털자리 비듬, Melotte 111, 맨눈으로는 힘드네. 60mm 파인더로 별이, 밝은 별 위주로 보인다. 아이피스로 보는 건 별로... 너무 크다.”


02:07

“M51, 보이긴 보이는데 뿌옇다. 핵 두개가 두둥실 떠있네.”


나도 두둥실 뜨는 느낌. 또 별이나 봐야지. 특이한 이름이 눈에 띈다.


02:17

“La Superba, 색도 그렇고 목록에 있는 걸 봐서는 탄소별인 거 같은데.. 어두운 주황색 별. 음.. 어두운 주황색 별.”

* 찾아보니 탄소별이 맞다. 가장 밝은 탄소별이라고 한다.


관측행사 이야기를 하다 알코르와 미자르에도 잠깐 눈길을 준다.


02:19

“알코르와 미자르, 맨눈으로 볼때 알코르가 대략 1시 방향 쪽에 있네.”


북쪽 별자리를 이것 저것 살펴 보다가 또 별을 본다.


02:24

“거문고 베타, Sheliak, 음.. 얘를 왜 보라는 거지. 목록에는 있는데.”


* 집 근처에서는 Sac의 The Urban List와 성도에서 보이는 메시에들을 8인치로 가끔 본다. 

http://www.saguaroastro.org/content/Objects-Viewable-From-Metro-Phoenix-For-SAC-Award.htm )


또 별자리 타임, 전갈이 고리를 예쁘게 말고있다. M4를 다시 본다.


02:32

“M4, 나비같다. 나비같애. 가운데 줄기 잘보이고 주위에 퍼진 별들이 꼭 날개 같다.”


02:33

“M80, 파인더로도 보이고, 솜뭉치네. 중심부는 또렷하게 보이고, 주변부로 퍼지는 줄기가 살짝 살짝 보이기는 한데 거의 솜뭉치.”


또 별이나 봐야지. La superba를 본 기억이 나서 비슷할 거 같은 석류별을 찾아본다.


02:36

“Garnet Star, La Superba랑 색이 비슷하긴 한데 더 밝다. 예쁘네.”


02:37

“SQM 19.42, 19.42”


이사 전 집에서 날이 아주 맑은 날 보이던 녀석들이 보인다.


02:38

“M6, M7번을 본다. 우우 유성~!!”


유성은 언제봐도 감탄부터 나온다.


02:39

“M6, 나비성단, 화려하고 밝다. 9mm에서 딱 보기 좋네. M4가 떠오른다.”


02:41

“M7, 30mm로 보니까 되게 예쁘다.”


궁수. 왠지 의무감이 든다. 꾸역꾸역 돕을 젓는다.


02:43

“라군성운(M8), 파인더로도 잘 보인다. 생각보다 밝게 잘 보임. 역시 궁수 근처 성운! 산개성단과 조화가 예쁘다. 암흑대가 보인다. 생각보다 잘 보인다. 여기서도. 한눈에 보기에는 30mm로가 예쁜데, 암흑대 같은 거 자세히 보기에는 9mm가 더 낫네.”


02:53

“스타 클라우드(M24 ?)도 넓게 잘 보이네.”


02:54

“오메가 성운(M17), 2자는 충분히 잘보인다. 자비로운 성운답다.”


수안이아빠님께서 가신다. 집중력이 극도로 낮아져 같이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억지로 조금 더 보기로 한다. 궁수...


03:08

“삼렬성운(M20)도 보인다. 암흑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얼룩은 느껴진다. 14mm로 가장 낫다.”


03:09

“M21 잠깐 들리고”


03:13

“스타클라우드(M24)도 충분히 대충 느끼고”


03:16

“M18도 찍고”


03:17

“오메가(M17)를 다시 보는데, 역시 자비롭다. 생각 이상으로 잘 보인다. 자비롭다.”


03:19

“독수리성운(M16)은 성운기가 보이기는 한데 그뿐!”


03:20

“너무 집중력이 저하되고 시간도 늦어서 철수해봅시다! 근데 은하수가 슬쩍 보인다. 진짜로! 백조자리쪽 하고 궁수 왼쪽 위에, SQM은 19.4인데 보인다. 은하수가. 이야~”



- 자야지!


집에 돌아와서 창문을 닫고, 적도의를 적당한 각도로 돌려 고정시키고, 이런저런 전선들을 칭칭 감아 경통 위에 걸치고, 방으로!

노트북을 켜고, 찍은 영상을 보니 다행히 나머지 일곱세트도 그럭저럭 찍혔다. 일은 쉬지만 집안일은 해야하니 씻고 서둘러 누워본다.

아, 근데 불모산 은하수가 떠오른다. 은은한 감질맛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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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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