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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에서 매주 수요일 8시
김해 천문대 밑 천문대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이름은 별다방, 멋진 이름이다.

오늘 첫 모임을 했다.
여덟시에 시작한 이야기는 열한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지만 별을 이야깃거리 삼아 도란도란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아이들에게 별을 느끼도록 하는 마음과 관측에 대한 열의를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람을 만나면 동기가 유발되는 것 같다.

(이정호 선생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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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별 이야기네요. 1년도 더 넘은 것 같아요. 

그 동안 두달에 한두번 꼴로는 안시 관측을 했습니다만 거의 명작순례 위주였습니다. 
명작감상이었으면 또 달랐을 텐데 거의 들르기만 하다보니 
글 쓸 마음이 잘 안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새롭게 보이는 대상과 새로 본 대상 몇에 대한 기억도 함께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아깝습니다. 
까먹기 아까운 기억은 간단하더라도 기록으로 남겨야겠습니다. 
이번에는 그 동안 못쓴 걸 몰아서 쓰는 느낌으로 써봐야겠습니다. 



둘째가 태어났을 때 14년이 5개월 남짓 남았었습니다.
그해가 가기 전 산청, 의성, 영천, 거창, 홍천 등지로 15번 이상 관측을 나갔습니다. 
만행이었죠. 
연말에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새해를 맞아서 그런지, 
천문지도사 연수 핑계도 없어져서 그랬는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서 쓴 2014년 별보기 결산, 

http://cafe.naver.com/skyguide/145404

)



‘얼마 전에 구한 C9.25로 근처에서 행성보고 월에 한번쯤 나가서 별보자.’

행성은 집 주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고 남중 시간 전후에 두시간에서 네시간이면 되니까
(산청가면 왔다갔다만 세시간), 

기름값으로 경제적인 피해
(한번 나가면 도로비까지 거의 5만원), 

밤에 왔다 갔다 하면서 주는 불안감
(주로 평일 관측을 해서 새벽에 운전을 하니까), 

피로로 인한 집안 일 소홀
(관측 다음 날 안 졸린 척 해도 티가 나니까) 등의
문제를 덜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C9.25는 별보기를 줄이려는 생각과는 반대 의도로 산 망원경이었습니다. 

천문지도사 연수 때 이두현님께서 행성을 찍는 걸 몇번 봤습니다. 
참 재밌어 보였습니다. 지름신을 맞이하고 장터 매복 끝에 12월 초에 C9.25를 구했습니다. 

SCT를 산 가장 큰 이유는 별 보는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14년 11월에 쓴 나의 로망, 내가 하고 싶은 별보기, 

http://cafe.naver.com/skyguide/142161

)


‘와! 이제 별 더 자주 볼 수 있겠다. 
월령 좋은 날에는 나가서 딥스카이 안시하고 안 좋은 날에는 행성도 촬영해야지.’

날도 좋고 이제 곧 시간이 많아져서 별 볼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붕 떠서 하늘까지 닿았는지, 하늘이 노했나봅니다. 의도치 않게 발목 인대 두개가 끊어져 수술을 하고 입원했습니다. 퇴원하고 깁스를 풀고도 내 발이 내 발 같지 않아 한 동안 무거운 걸 드는 것도, 멀리 가기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얼마 안 있어 전출을 하고 적응을 하느라 몸도 참 피곤했습니다. 16인치는 트렁크만 지키고 C9.25가 가장 즐겨보는 망원경이 되었습니다. 주력이 된거죠. 

그 뒤로 C9.25로 집 근처, 베란다에서 목성, 토성, 달, 화성을 주구장창 담고 80mm 굴절과 pst 등으로 태양도 열심히 찍었습니다.







16인치를 보금자리(트렁크)에서 치운 적은 없지만 별빛샤워는 자주 시키지 못했습니다. 가끔 나갈 일이 생겼을 때 빼고는 말이죠. 

그러다 작년에 가을장마가 오고 겨울이 되서 태양이 낮아지니 태양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올해 화성을 끝으로 행성의 고도가 낮아지니 행성도 잘 안봐지고 해서 6월 중순부터는 더 뜸해지더라고요. 


그래도 7월말 황매산(16.07.30.), 
9월 거창 2박3일(16.09.23.~24.), 
10월 평창 등 중간 중간 별 볼일이 있긴 했습니다. 


황매산에서는 잦은 마른 벼락과 별을 함께 보고 있는데 비가 왔었습니다. 
2~3시간쯔음 구멍난 듯 퍼붓는 폭우 뒤에 내 생애 최고의 하늘을 보기도 했습니다.
맨눈으로 보는 안드로메다의 크기가 정말 놀라웠습니다. 
맨눈 대상에 도전해봐야했었는데 
떨어질 것 같은 별빛에 그냥 매료되어 있었던 것이 지금에서는 조금 아쉽네요. 

이 날은 토요일이었습니다. 
목요일, 금요일 이틀동안 학생들에게 별 보여줄 일이 있어서
관측 모드로는 못 나올 거 같이 캠핑 모드로 가족들과 함께 왔습니다. 
쏟아지는 물 다발 속에서 
망치 하나와 온몸으로 비 맞으며 텐트를 단도리하고
타프 밑에 앉아 지붕에 부딪치는 빗소리와 노래를 들으며 
따신 커피를 마시던 기억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평창에서는 예진아빠님의 28인치의 위용을 경험했습니다. 트라페지움의 허무한 분해, 입체적인 오리온 성운의 성운기, 
1999의 열쇠구멍, 604의 크고 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념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네요.)




또 최근에 아파트 옥상에서 쌍안경으로 별을 본 적도 있습니다. (16.10.27일 밤, 28일 새벽)

처가 제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별이 잘 보입니다. 별 보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고 얼마 전에 구한 쌍안경이 떠오릅니다. 아주 좋은 성능의 쌍안경은 아니지만 쓸만한 쌍안경을 처음으로 쓰게 되었거든요. 쌍안경으로 보는 가까운 세상의 입체감은 두근거리는 경험이었습니다. 

‘오늘은 쌍안경으로 하늘을 훑어보자.’ 

집에서 막 입어도 되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쌍안경을 목에 달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고니는 부리를 처박고 있고 카시오페아는 거꾸로 메달려 땅을 내려다 보고 있고 오리온은 아직 누워 있습니다. 

일어서 목을 쳐 들기도 하고, 무릎을 꿇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목만 부들거리기도 하면서 몇몇 대상을 훑었습니다. 

4등급~ 4.5등급 정도의 별이 맨눈으로 보였습니다. 
작은 도시 치고는 별이 잘 보이는 드문 밤이었습니다. 

안드로메다는 남중을 넘어 안드로메다를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미라크를 건너가니 안드로메다 은하는 생각보다 밝게 보였습니다. 
M45의 초롱초롱한 별이 손떨림에 맞추어 음표를 그리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다른 두별과 같이 보이는 오리온 성운은 정감있었습니다. 
마차부 산개성단 삼형제 37, 36, 38는 위치를 잡아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직 쌍안경 겨냥이 서툴러 더욱 그랬습니다. 
이중성단과 막대기의 모습은 오래 봐도 볼만했습니다. Stock2 근육맨은 어려웠습니다. 
아직 낮아 광해 속에 묻혀있는 m44의 자잘한 별들도 옛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습니다. 제일 처음 찾은 메시에가 m44였거든요. 
663, 457, m103 같은 카시오페아 산개성단 위치도 둘러봤습니다.
쌍안경을 휘두르며 눈에 들어오는 별들을 대충 보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어깨가 왜 아픈지 궁금해하면서 잠에서 깼는데 쓰다 보니 알겠네요. 쌍안경을 들고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운동 좀 해야 겠네요. 고작 1.1kg짜리를 90분 남짓 쉬엄쉬엄 들었을 뿐인데요.




지난 주 수요일(16.11.2.)에는 한아천 경남지부 관측검정이 한우산에서 있었는데요. 
돕는다는 핑계로 잠깐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차를 돌리고 싶을만큼 몸이 안 좋았는데 별보는 동안은 상쾌하더군요. 
오랜만에 별뽕을 느꼈습니다. 

M71, 57, 31, 45, 알비레오, 별자리 설명 등 관측검정을 돕고 

8인치 돕으로 자정 전부터 한시간 남짓 메시에와 NGC 몇개를 서둘러 둘러봤습니다. 

메시에 2, 15, 29, 27, 31, 33, 35, 37, 36, 38, 39, 42, 43, 78, 45, 52, 56, 57, 71, 74, 77, 76, 81, 82, 103, NGC 604(M33내부 성운), 2158(M35 옆), 2392(에스키모 성운), 7789(캐롤라인의 장미), 7331, 이중성단(884, 869), 404, 891, 7662(블루 스노우볼) 등을 봤습니다. 

메시에 중에서는 꼭 발 아래 있는 것 같은 56이 광해를 뚫고
크기를 자랑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604가 슬쩍 슬쩍 보이는 게 흥미로웠고, 
891은 생각보다 어둡게 보이고 왠지 위치가 아리까리해 
아이피스 호핑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7331은 볼만했는데 그 친구들은 볼 생각도 안하고 건너뛰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노를 젓듯 망원경을 휘휘 돌리니 신 났었습니다. 



엊그제(토요일)는 거창에 갔습니다. 

초저녁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동베일, 서베일, 크레센트(6888)과 인사를 했습니다. 
베일의 조각들 이름을 불러줄 정신은 없었습니다. 

날이 바뀔 쯤 다시 관측을 시작해서 
말머리(B33), 캘리포니아(1499), 북아메리카(7000), 장미성운(2238), 토르의 투구(2359), 헬릭스(7293) 같은 성운 위주로 제 16인치랑 이두현님 18인치를 왔다 갔다 하며 관측했습니다. 

습기가 많아 배경과 성운이 쩍 갈라지는 맛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흐릿한 듯하면서도 진한 성운기를 보니 관측하는 맛이 났습니다. 
짬짬이 메시에 대상들도 봤습니다. 

이두현님 18인치로 고배율로 본 M46 짝꿍 2438이
마치 M27 같은 크기를 자랑하던 게 떠오르네요. 

습기를 막으려고 핫팩을 준비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못 쓰게 됐습니다. 꽤 높은 습도가 사경과 파인더를 덮쳐 원하는 만큼 관측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망원경을 치우고 쌍안경을 들고 잠깐 하늘을 훑어봤습니다. 
꽤 크게 보이는 토르의 투구와 NGC 산개를 함께 느끼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 날 스카이사파리5를 처음 봤는데 관측 목록 공유가 아주 쉽게 되는 게 편리해보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이정호 선생님이 찍으신 멋진 별자리 사진을 감상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세원님, 정현식님, 김대익님, 이두현님, 이정호님, 이소월님, 강경원님, 양희성님 만나 뵈어 반가웠고 함께 관측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16인치로 관측한 것 같은 관측을 하고 나니 하고 싶은 게 생기네요. 

관측을 가서는 봤던 대상을 새롭게 느끼거나 못 본 대상들을 하나라도 보고, 잊지 않도록 간단하게라도 관측기를 꾸준히 쓰고, 썼던 관측기도 한번 쭉 다시 봐야겠습니다. 

조금 더 편리하게 관측할 수 있도록 장비도 보강해야 겠습니다. 차에 오래 둬서 헐거워진 나사를 보니 장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에서 뺄 생각은 없지만 더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궁리하고 더 자주 장비 확인을 해야겠습니다. 

포커서 나사가 휘었는데 포커서를 통으로 바꾸거나 나사를 교체해야겠습니다. 

등배파인더를 텔라드 유사 제품에서 저렴한 도트파인더로 바꿨는데 아직 베이스를 달지 않고 대충 쓰고 있습니다. 베이스를 교체하거나 도트파인더를 같이 달 수 있는 파인더 브라켓을 알아봐야 겠습니다. 



조만간 셋째가 태어나서 관측이 쉽지 않겠지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감을 잃지 않도록 밤하늘 별빛 아래의 느낌을 가끔이나마 만끽해야겠어요. 새로운 목표도 갖고 장비도 손 보면서 천천히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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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반 아이들과 지구와 달을 공부하고 있어요.
낮달이 곱게 떠서 어제와 오늘 낮달을 관측했습니다.








그림도 그려봤어요.





밤에 보는 게 제일 좋겠지만 낮달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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